[OSEN=대구, 손찬익 기자] "한국인으로서 미국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나이도 비슷하고 아시아 출신 코치라서 무시하는 경향도 적지 않았지만 차츰차츰 선수들에게 존경심을 얻었다".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산하 싱글A 피오리아 치프스 성민규 코치는 '한국인 최초 마이너리그 코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대구상고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성 코치는 홍익대를 중퇴하고 뉴질랜드 유학을 떠났다.

영어를 배우며 클럽 야구팀에서 뛰었던 성 코치는 호주에서 열린 클럽 경기에서 미국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네브래스카대학에 스카우트됐다. 네브래스카대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2006년 3할2푼대 타율과 16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12월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으나 스프링캠프 때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8일 대구 모처에서 만난 성 코치는 "1년간 코치로 활동하며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존경심을 얻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미국 선수들은 자기가 하고 싶고 마음에 들어야 한다. 코치는 야구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선수들에게 목적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한국야구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더라. 특히 한국의 젊은 투수들의 실력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때마다 한국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컵스는 성 코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구단에서는 내가 미국 코치들이 할 수 없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코치 본연의 임무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한국인 선수들이 이곳에 와서 부담을 느끼기 보다 정말 잘 되기를 바라고 팀에서는 모두 내 아들이라고 말한다. 나이 스물 일곱에 아들이 4명 있다"고 넉살 좋은 농담을 던졌다.

현재 시카고 컵스에 소속된 한국인 선수는 총 4명이다. 신일고 출신 이대은은 지난해 입단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싱글A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올해 충암고 유격수 이학주, 용마고 외야수 하재훈, 부산고 투수 정수민 등도 줄줄이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내년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는 한국 선수 4명이 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질랜드와 미국 유학을 경험한 성 코치는 한국에 있는 선수들의 부모들에게 안부 전화도 잊지 않는다. '아들이 타국에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의 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그는 최근 코치 뿐만 아니라 프런트 업무까지 추가됐다. 정식 직함은 해외 담당 보좌역. 7일 귀국한 성 코치는 내년 1월 4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선수들의 훈련 상태를 점검하고 유망주 발굴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지난달 도미니카에서 열린 스카우트 스쿨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와 현역 스카우트, 현역 코치가 참가한 가운데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진 소득이다.

그는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 대해 "실패를 두려워하지마라"고 강조한다. 성 코치는 "한국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 가운데 미국에 가면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틀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성 코치는 한국인 최초 마이너리그 코치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했다. "한국인 최초 마이너 코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것 만큼은 정말 자랑스럽다".

성 코치는 지금의 자리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최종 목표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단장이 되는 것. 그는 "이제는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미국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갖춰 코리안 빅리거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what@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