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프로야구를 총결산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열린다. 올 한 해 프로야구를 빛낸 최고의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뽑아 축하하는 자리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13년 만의 '500만 관중 돌파'라는 쾌거를 이룬 한 해이기에 팬들의 관심 역시 어느 해보다 높다.
각자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흙과 땀에 뒤범벅이 되어 마운드를 누비던 선수들도 이날만은 멋진 턱시도 차림으로 잔치를 벌인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프로야구를 현장에서 취재하며 팬들에게 전하는 기자단을 비롯해 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올해는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등록된 543명의 선수 가운데 43명의 선수가 후보로 등록됐다.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프로야구계에는 지금 비상이 걸렸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 16명이 불법 인터넷 도박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조사 중인 현역 선수는 16명으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 13명, 한화 이글스 2명, 롯데 자이언츠 1명이다. 이 중에는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선수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 사이트에서 수백만~수억원대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야구판은 난장판이 돼버렸다. 처음엔 다들 '발끈'하는 분위기였다. 자체 조사 결과 선수들이 하나같이 "도박한 적이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5일 각 언론사에 "공식적으로 밝혀진 내용이 없으니 선수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이니셜 및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16명의 선수들 소속 구단까지 밝혀지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처음 "조사 결과 우리 구단에는 해당 선수가 없다"고 하던 구단들은 "자체 징계와 대국민 사과를 검토 중"이라고 물러섰다. KBO도 '문제의 선수들' 가운데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나올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선수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동안 사건은 '괴담' 수준으로 번졌다. 삼성의 간판급 선수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문과 함께 특정 선수들을 거론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이름을 이니셜로 처리하긴 했지만, 야구 팬이라면 단박에 누군지 알 수 있게 '친절한 설명'이 따라붙었다.
견디다 못한 선수 몇몇은 "내 취미는 낚시와 바둑이다", "단돈 1만원도 그런 데 써 본 적이 없다. 만약 그렇다면 옷을 벗겠다"며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히고 나섰다. 그러자 이번엔 "강병규도 처음엔 '고스톱도 칠 줄 모른다'고 하더니 수십억원의 판돈을 걸고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하지 않았느냐"며 더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연예인이든 스포츠맨이든 똑같은 사람인 이상 일탈(逸脫)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꿈을 먹고 사는 스타들에겐 남달리 치러야 할 대중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검찰은 더 이상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도박을 한 선수들이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여론몰이가 될까 봐 걱정"이라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검찰이 늑장 수사를 하는 동안 엉뚱한 선수가 비난을 받고 괴로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