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재를 일찍 발굴해 육성하고, 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글로벌리더를 키우는 공간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시작한 것이 아트원 소사이어티에요."

팝페라 테너 임형주(22)씨가 아트원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예술영재교육기관인 '아트원 소사이어티'(이하 AOS)를 열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았어요. 이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후배 예술가를 키워내는 교육기관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임씨는 17세에 미국 카네기홀에서 남성성악가 중 최연소로 데뷔 독창회를 열어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1집 '샐리가든(salley garden)' 을 비롯해 총 8장의 앨범을 내고, 프랑스 '살 가보' 등 국제무대에서 공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 년 중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4개월이 채 안 될 정도로 바쁘지만, 요즘은 AOS 개원 준비를 하느라 더욱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AOS는 4세부터 10세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영재교육원(서울 염곡동 소재). 1600평 규모의 4층 건물에 19개의 개인 레슨실, 최첨단 디지털기기를 갖춘 영역별 교실, 200석 규모의 공연장, 갤러리는 물론 도서관, 미니골프장, 축구장까지 갖췄다. 지하 1층은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GYM과 발레연습실로 꾸몄다.

예술영재를 키우는 데 체계적인 커리큘럼은 필수. 임씨는 예술을 전공한 석·박사급 강사진과 함께 독자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또 코리아포스트 쳄버 오케스트라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친다. 여기에 이탈리아 베니스대와 베니스국립음악학교를 비롯해 빠도바대, 볼로냐대, 볼짜노 국립음악대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세계적인 예술가와의 연계학습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3월 가장 먼저 개설되는 4~7세 유치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음악, 미술, 발레 등의 예술교육과 함께 인성·인지교육, 두뇌발달 교육 등을 함께 듣게 된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뤄지며 한국어 수업도 따로 마련했다. 임씨는 "예술영재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를 키워내는 한편, 바이올린 켜는 UN사무총장, 플루트를 부는 국제변호사 등 문화적 역량 갖춘 글로벌 리더를 키워내고 싶다"고 밝혔다.

조영희 기자 remnant@chosun.com

임씨가 예술영재교육을 시작한 데는 어머니 김민호(48) 아트원문화재단 이사장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요즘 엄마들처럼 가르쳤다면 지금의 임형주는 없었다"고 말할 만큼 자신만의 확고한 교육관으로 아이를 가르쳤다. 콩쿠르나 레슨에는 한번도 따라가 본 적이 없고, 공부하라는 말도 해본 적이 없다. 예원학교 재학 당시 수학·과학 성적 40점으로 전교 꼴찌를 했을 때도 "괜찮다"고 말해준 대범한 엄마였다.

대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게 하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니며 자연을 느끼게 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에는 일부러 비를 맞게 해보고, 눈 오는 날에는 손이 꽁꽁 얼도록 밖에서 놀게 하면서 감수성을 자극했다. 또 아이의 모든 면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했다. "어릴 때 형주는 남자아이인데도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고 여성스러웠어요. 검도, 태권도학원에서는 하루도 버티질 못했고, 바비 인형을 가지고 드레스를 입혀가며 하루 종일 놀았죠. 그래도 '남자애가 왜 이런 걸 가지고 노느냐'라고 꾸짖은 적이 없어요. 그 또한 타고난 심성이자 재능이라 여기고 인정했죠. 그 덕분인지 형주는 노래를 할 때 감정표현이 아주 섬세해요. 그 점 때문에 세계무대에서도 더욱 인정을 받아요."

곁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임씨도 "어머니가 어떤 정형화된 틀에 저를 가두지 않으셨던 게 가장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자녀교육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인성'이다. 나만 잘 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 잘 되는 것'을 바라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손바닥과 종아리를 회초리로 매섭게 때릴 정도로 엄하게 키웠다. 김씨의 이런 교육관은 AOS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AOS에서는 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아이로 가르칠 거예요. 먼저 아침에 아이들이 오면 서로 안아주면서 '사랑해'라고 말하게 할 생각입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존댓말을 쓰며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도록 할 거예요. 또 30분간 신나게 춤을 추면서 뛰어 놀게 해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한 마음을 갖게 할 겁니다."

김씨는 "넓게, 멀리 보는 엄마가 돼라"고 조언한다. 앞집 뒷집 아이가 학교에서 일등하고,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 아이가 가진 재능을 살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재로 키우는 데 집중하는 엄마가 되기를 바란다.

"저는 형주가 어릴 때 방에 세계지도를 붙여줬어요. 그리곤 '여기 작은 한국에서만 살래, 아니면 이 넓은 곳을 다니며 일할래?'하고 물었죠. 누구도 대신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인재가 되라고 늘 말해줬어요. 저는 모든 엄마들이 '아이에게 꿈의 풍선을 불어주는 엄마'가 되길 바라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딱 그 코드 하나만 맞춰서 재능을 키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