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 내정자를 주축으로 한 미국 오바마(Obama)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확정됨에 따라 우리 정부도 향후 미국 외교정책, 특히 미·북 관계 등 대(對)한반도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초점은 역시 클린턴 내정자의 '외교 코드'다. 클린턴 내정자는 국무부 인사권을 보장받고 장관직을 '수락'한, '역대 최강의 국무장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향후 미국의 한반도 외교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클린턴의 외교 지향점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가장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북핵 문제 접근법에서 클린턴 내정자가 오바마 대통령과 쉽게 한목소리를 내느냐이다. 대선후보 경선 때처럼 두 사람의 강한 개성이 충돌해 북핵 정책에서 일관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경우 한미 공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시(Bush) 정부 초기 강경파인 대통령과 온건파인 파월(Powell) 국무장관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을 때도 우리가 미국측과 의견을 조율하는 데 매우 힘들고 불편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고 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클린턴 내정자는 '압박보다는 대화가 먼저'라는 기본 대북 정책 노선은 오바마 당선인과 큰 차이가 없지만 방법론에서는 오바마보다 원칙주의적이고 강경하다"고 분석했다. 경선 때 클린턴이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오바마의 발언을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비판한 점, 2006년 유엔의 북한 핵실험 제재에 대해 "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한 것 등이 근거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를 들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북 특사로 활용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함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클린턴 내정자는 미국 어느 정치인보다도 '강대국 위주의 외교'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동북아 외교노선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일본 등에 비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정부 관계자)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두 나라가 실질적 대등 관계를 맺으려면 아프가니스탄, 유엔 등에서의 기여를 늘려 우리 스스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우리 외교 라인은 직접 상대하게 될 미 국무부의 북핵 부서, 동아태국 인선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국무부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오바마 캠프 인사들로 채워지지 않겠느냐는 예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전 국무장관, 리처드 홀브룩(Holbrooke) 전 유엔대사, 웬디 셔먼(Sherman) 전 대북조정관 등 클린턴 내정자를 지원할 이른바 '클린턴 사단'과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고 관계도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호흡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