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현(權哲賢·사진) 주일 대사가 지난주 한국을 '비공식적'으로 다녀간 것으로 11월 30일 알려졌다. 대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귀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권 대사가 이 기간 중 청와대와 외교부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권 대사가 외교 업무를 계속하기보다는 국내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권 대사가 최근 주변에 '서울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배경을 바탕으로 내년 초 개각이 있을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발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뒤 주일대사로 발탁됐던 권 대사는 지난 4월 초 부임 직후부터 사석에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라며 정치권에 대한 미련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5월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 때 중국대사와는 달리 회담장에 배석하지 않자 "중진 정치인 출신이 장관 들러리 서는 게 싫어서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권 대사는 특히 지난 7월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표기 파동을 계기로 외교관 생활에 본격적인 회의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사는 당시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만났다"고 할 정도로 일본 각계 인사들을 접촉해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뛰어다녔으나, 결국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자 일본측에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또 독도 문제로 일시 귀국했을 때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의 섬나라 특성…" 등의 '비외교적 발언'을 하다 박희태 대표에 의해 사실상 퇴장당하기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특명전권대사는 언행 하나하나가 한국의 뜻을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데, 대사가 임무에 별 뜻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주재국에 대한 큰 실례"라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도 권 대사가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치권의 대표적 일본통인 데다 대통령 및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당초 기대를 많이 했으나, 최근의 시각은 좀 바뀐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