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 적은 정답 하나 지워진 양심 하나', '나 하나의 청렴결백 모아지면 으뜸 한국', '산곡남중의 전통인 무감독 고사를 지키자.'
인천시 산곡남중학교(부평구 산곡2동) 전교생 1400여명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기 전주에 이 같은 '양심 지키기' 다짐을 한다. 감독교사 없이도 양심껏 시험을 치르겠다는 다짐이다. 학생들 앞에는 반 대표들이 다짐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학생들은 시험 당일에는 절대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낭독한다.
시험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반성문을 작성해 부정 행위 등 양심을 거스르는 행위를 했는지 스스로 고백한다. 그러나 반성문 내용에 부정 행위를 했다는 얘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번 시험을 못 봤으니 피터지게 공부해 다음에는 더 잘 보겠다"고 각오하는 내용들이다.
산곡남중학교는 1992년부터 17년째 무감독 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교장이 어릴 때부터 도덕성과 지식을 함께 갖춘 학생을 키워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실시한 것이다.
처음에는 과연 시험이 제대로 치러질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 학부모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들까지 학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길만큼 자리잡았다.
박보영(3의 9)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감독 교사 없이 시험을 치른다고 말하면 '커닝을 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때마다 '정신 집중이 잘 돼서 오히려 시험을 제대로 치르게 된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박군은 "이번에 외국어고에 합격했는데, 무감독 시험 덕분에 집중하는 습관이 몸에 배서인 것 같다"고 했다.
시험은 1~3학년이 반별로 서로 섞여 치른다. 1학년생과 2학년생 또는 2학년생과 3학년생이 한 분단이 돼서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학년이 다르기 때문에 시험장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처음부터 커닝을 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서대정(3의 10)군은 "1학년 때는 형들이 바로 옆에 있어 어색하기도 하고 괜히 형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기도 했다"며 "그러나 2~3학년이 되니 분위기가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무감독 시험 덕분에 스승과 제자의 신뢰가 더욱 쌓여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험 때만 되면 괜히 감시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친구가 무서워지기도 한다"고도 했다.
학생들은 시험 중에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가 없다. 지난 시험에 한 학생이 모르고 휴대전화를 갖고 시험을 봤다가 적발돼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교사는 시험 5분 전에 입실해 시험 문제를 나눠준 뒤 교실을 나갔다가 시험이 끝나기 직전에 들어와 문제지를 거둬간다.
이형숙 교장은 "중학교 무감독 시험은 우리학교가 전국 최초"라면서 "이미 널리 알려져 많은 중학교가 벤치 마킹을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익원 교무부장은 "인천의 인천중과 작전중이 무감독 시험 제도를 배워가 실시 중이고, 김포 분진중에서는 요청을 해와 우리가 찾아가 무감독 시험 방법을 설명해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