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행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행시 3차 면접제도의 객관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7일 올해 행시 최종합격자 24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행시는 2차 필기합격자로 최종합격자의 약 120% 를 선발하고 이후 한차례의 면접전형을 통해 20% 를 탈락시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올해의 경우 295명의 2차 합격자를 선발한 뒤 면접으로 53명을 탈락시켰다.

하지만 2차 필기시험을 합격하고도 면접에서 탈락한 수험생들은 자신들이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올해 면접은 실무과제가 제외돼 전문성보다는 사전조사서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과연 변별력 있는 평가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많다. 일반행정 직렬의 사전조사서 항목은 ‘열정을 가지고 일한 경험’, ‘자신의 끈기를 보일 수 있는 경험’, ‘조직의 방향을 제시하며 이끌었던 경험’의 세 가지였다.

면접은 개인 PT 발표 8분을 포함한 개별 면접 40분, 집단토론 80분으로 진행된다. 이날 개별 PT의 질문으로는 “금융위기 관련하여 저하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방안(일반행정)”, “탄력근무제에 반대하는 상관을 설득할 방안(재경)” 등의 주제가 주어졌다. 7명이 한 조가 되어 자체적으로 사회자를 선발하고 찬반으로 진행되는 집단면접 주제로는 “'초등학교에서의 남자교사 할당제 도입여부에 대한 찬반”, “강원랜드에 경기부양용 내국인 카지노 추가지정에 대한 찬반”이 주어졌다. 면접위원은 대학교수, 해당 직렬의 국장, 헤드헌터의 3인이다.

공무원임용시험령에 의하면 행시 면접시험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가능성의 5가지 평정요소를 상 중 하로 평가한다. 이 중 면접위원의 과반수가 평정요소 5개 항목 중 2개 항목 이상을 “하(미흡)”로 평정하였거나, 위원의 과반수가 어느 하나의 동일한 평정요소에 대하여 “하(미흡)”로 평정한 때에는 불합격으로 처리한다.

인터넷의 한 행정고시 커뮤니티에서 아이디 sjjhk는 “나는 비록 합격했지만 확실히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떨어졌다. 면접의 합불(合不) 기준을 모르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3차 면접에서만 2번 탈락하고 이번에 최종 합격했다는 아이디 Patience는 “면접에 떨어진 것은 그날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이지 피면접자한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과거처럼 2차 합격자를 줄여 면접탈락비율을 과감히 낮추든가, 분명하고 구체적인 합불 기준을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면접의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에 수험가에서는 갖가지 소문들이 난무한다. “면접에서 사회자를 하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많으면 면접관이 불쌍하게 여겨 붙여준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풍문들이 그 예이다.

사시와 비교해 행시의 면접제도가 가혹한 측면도 있다. 사시에서는 면접유예제도를 통해 면접탈락자에게 내년도 면접에 다시 응시할 권한을 주고 있다. 즉 사시 면접탈락자는 내년도 1·2차 시험을 건너뛰고 3차 면접만 응시하면 된다.

반면 행시 면접탈락자는 내년도 1차 시험부터 다시 봐야 한다. 통상 행시 최종합격자가 11월말쯤에 발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면접탈락자는 매년 2월에 시행되는 1차 시험까지 3개월여 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다. 면접탈락으로 인해 내년도 시험 준비에까지 영향을 받는 셈이다.

신림동의 고시학원에서 6년째 학원강사를 하고 있다는 정모 강사(36)는 “현행 면접제도는 공무원 적합성보다는 재치나 순발력 위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 같다. 면접자가 성실하고 똑똑하더라도 내성적이면 불리하다. 면접을 제대로 하려면 합숙면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행정고시 및 7·9급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때 적용되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는 내용의 판결을 지난 5월 28일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