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씨가 최근 아들, 딸과 함께 찍은 사진. 김씨 남편이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에게 편지와 함께 전달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안병욱 위원장은 28일 최근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씨가 편지를 통해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방송 3사를 동원해 KAL기 사건 조작 의혹을 부풀리는 기발한 기획 공작을 꾸몄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진실화해위원회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의 편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씨가) 느닷없이 공개된 편지에서 마치 국정원이 북한에 의한 KAL기 테러를 뒤집어 엎기 위해 새로운 사건조작의 음모를 꾸미기 위한 강압을 했다고 둘러 씌운다"며 "북한에서 파견된 테러범이 지금은 가장 선량한, 가냘픈 여성인 것처럼 또 다른 왜곡된 진실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내 자신이 국정원 과거사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고, KAL기 폭파 관련 의혹 해소에 무엇보다 당사자인 김씨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간곡하게 부탁하고 편지를 했다. 그렇게 한 것이 10번이 넘는다”며 “당시 국정원장이 직접 편지를 써서 남편을 통해 연락하기도 했는데 진상규명에도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김씨도 조사하지 않고도 무슨 진상규명이냐’는 비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 희가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 게 보낸 편지. 편지지로 73장 분량이다. 전기병 기자

그는 “그러나 김씨가 끝내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김씨의 증언 없이 ‘KAL기 폭파는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 의한 것’이라고 내 입으로 직접 발표를 했고, 그게 진실이며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행중인 KAL기 사건의 경우 김씨가 편지에서 밝힌 입장대로라면 조사에 응하리라고 본다”면서 “김씨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조사에서 했던 옛 발언들만 확인해주면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자발적 협조가 진실규명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부탁했던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임의단체였던 국정원 과거사발전위는 증언을 거부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었지만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권이 있다”며 “만약 (김씨가 이번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거기에도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노태우 정부 시절 안기부 제1특보였던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게 지난달 전달한 73쪽 분량의 편지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이 방송 3사를 동원해 KAL기 사건 조작 의혹을 부풀리는 기발한 기획 공작을 꾸몄다"며 "방송과 인터뷰를 하라는 국정원의 지시를 거부한 뒤 살던 곳에서 추방당해 5년째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정원이 2005년 과거사발전위원회를 조직해 김씨에게 조사받을 것을 십여 차례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진실화해위를 통해 또다시 조사를 시도했다고도 했다.

김씨는 “이미 사법부가 3심한 것을 발전위가 4심을 하고, 화해위가 5심을 하는 행위는 인민재판이나 다름없다”면서 “사건의 실체가 명백한 사건을 국가 공권력으로 계속해서 재조사하는 것은 일종의 음모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