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의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 그룹뿐 아니라 당시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와 금융당국 등 전(全) 방위로 확산될 전망이다.
향후 검찰수사도 노건평(66)씨나 정대근 전 농협회장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범위를 벗어나 정·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가 해결해야 할 의혹은 적어도 6가지에 이른다.
◆돌연 입장 바꾼 농림부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대해 감독기관인 농림부는 당초 반대하다가, 노건평씨와 정화삼씨 등이 세종캐피탈측에서 청탁을 받은 시점 이후 돌연 입장을 바꿨다. 농림부는 지난 2005년 6~10월 당시 농협의 증권사 인수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이었다.
하지만 농림부는 2005년 11월 돌연 '찬성'으로 선회했고, 농협은 그 다음달 세종증권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은 2005년 6월 경남 김해로 내려가 노건평씨를 접촉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노씨가 움직이자 당시 농림부의 입장이 바뀐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박홍수 농림부 장관(지난 6월 사망)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노건평씨 정확한 역할은
현재까지 검찰수사에서 노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한 대상은 농협의 수장(首長)이었던 정대근씨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이 자신을 찾아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하자, 노씨는 정 전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이 연락을 할테니 말을 들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노씨의 '부탁'이 전화 한 통화로 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씨가 확실한 로비를 위해 권력 핵심부의 누군가를 동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대근씨 50억원'의 사용처
다음은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이 홍 사장에게서 받은 50억원을 혼자 사용했겠느냐는 의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들이 대거 세종증권 매각로비에 연루됐던 만큼,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측근이나 실세 정치인들에게 그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 전 회장이 50억원을 받을 무렵,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구명(救命)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농협로비 연루된 다른 측근
세종캐피탈의 로비가 노건평·정화삼씨, 그리고 정대근 전 회장에 대해 두 갈래로만 진행됐겠느냐도 의문이다. 홍 사장이 정화삼씨를 상대로 로비를 부탁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 4월이었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최종 인수한 시점(2006년 1월)까지 9개월의 시간이 있었고 그사이 또 다른 정치권 유력인사를 상대로도 '보험' 차원의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을 검찰은 염두에 두고 있다.
◆미공개정보 덕 본 정치인
2005년 말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노 전 대통령의 측근과 정치인들이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 거래해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다고 인정함에 따라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는 향후 핵심수사 대상"이라며 수사팀을 추가로 투입했다.
◆박연차씨 뭉칫돈 성격은
국세청이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수백억 원대의 뭉칫돈의 성격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국세청은 당초 이 뭉칫돈의 주인이 따로 있었다고 의심했으나, 박 회장이 강력 부인함에 따라 세무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또 지난 정권의 여권 정치인의 '후견인' 역할도 한 것으로 전해져, 이 부분이 향후 수사과정에서 확인될 경우 '박연차 게이트'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