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空轉)하던 전(前)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의 구체적 혐의들이 밝혀지자 민주당 등 구(舊)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 동안 검찰 수사는 전 정권 언저리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반면 이번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화삼씨와 세종증권 주식 거래로 10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경위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3일"검찰 수사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 실세나 노 전 대통령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계좌 추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측에 대한 명백한 '표적 사정, 야당 탄압'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지만 정화삼씨나 박연차씨 등 비(非)정치권 인사들 문제와는 거리를 둘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검찰이 현 정권 비리에는 눈감고 지난 정권 문제만 파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노 전 대통령측 문제를 비호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야당 탄압'을 내세우며 영장 집행을 거부했던 김민석 최고위원의 경우처럼 자칫 비리를 옹호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민주당은 23일 정화삼씨 등에 대한 영장 청구에 대해선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나 지난 정권 고위 인사들로 수사망이 좁혀지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은 24일 지도부 회의를 통해 전 정권 수사에 대한 대응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참모는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화삼씨와 박연차씨 등의 비리 또는 의혹이 드러난 것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도덕성을 생명으로 했던 노무현 정권 인사들 중 이번처럼 구체적인 비리가 나온 것은 처음 아니냐"며 "예상은 했지만 충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