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원짜리 팬티, 500원짜리 앞머리 커트, 1900원짜리 돈까스….
유례없는 경제불황 속에서 '초저가 마케팅'으로 세상에 맞서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조건 100원 판매', '무한 리필', '공짜 서비스' 등의 상술로 냉정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미용실 '쥬니헤어'. 앞머리 커트가 단돈 500원이다. 사장 김난희(43)씨는 "중·고등학생들이 찾아올 경우엔 앞머리 커트 가격을 500원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500원 행사 이후 평일 손님이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미용실 '쁘띠따미'도 앞머리 커트 가격을 500원으로 내렸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 손님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20원짜리 속옷이 등장했다. 지난 17일부터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은 '자판기 커피 한 잔 값에 옷을 살 수 있다'는 뜻으로 100~500원에 속옷, 머플러, 장갑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커피값 패션 행사'를 열고 있다. 여성팬티 5종 세트와 비니모자는 단돈 100원, 레깅스와 캐시미어 머플러는 500원이다. 물론 배송비 2500원은 별도여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옥션 홍보PR팀 홍윤희 차장은 "속옷은 행사 첫날 5시간 만에 물량이 동이 났다"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계속 초특가전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길음동, 미아동, 신길동 등에 총 20여 개 매장을 낸 프랜차이즈 음식점 '와우돈까스'는 돈까스 가격이 1900원이다. '테이크 아웃(take out)'이 가능하도록 해 매장 손님을 줄이고, 된장국과 밥 등은 따로 판매(한 그릇에 500원)하는 전략을 써서 가격을 낮췄다.
IMF 때 인기를 얻었던 '100원 소주방'도 최근 부활하는 추세.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에 있는 한 술집에선 소주 한 병에 100원만 받고 판다. 물론 가게 안에서 마시면 3000원, 사서 들고 나갈 경우만 100원이다.
음식점들은 아예 둘이서 음식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어도 민망하지 않도록 배려한 각종 커플세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베스킨라빈스'는 '커플 와플&요거트'세트를 7800원에, 일식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은 '스위트투게더세트'를 2만8000원에 판다.
한 접시에 1만5000~3만원가량 하는 '비싼 밥'의 상징 '브런치'도 최근엔 거품을 빼는 추세. 홍대 극동방송국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 '가게(GAGE)'는 토스트와 샐러드, 소시지 등을 포함한 브런치 세트를 4000원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