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정부의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내정된 그레고리 크레이그는 20일(현지시각) 발간된 정책제안서에서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안에 대통령 특사를 북한에 보내 2008년에 부시 정부가 추진했던 6자회담과 미·북 직접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방식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북 관계의 발전과 개선이 새 정부 의제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며 미·북 고위급 대화는 새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임을 북한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특사는 사전, 사후에 서울을 방문해 협의하고 결과 브리핑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크레이그는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의 제안은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 산실로 꼽히는 미국진보센터(CAP)가 부처별로 정권인수위, 취임 100일, 취임 첫해 과제를 나눠서 정리한 종합보고서에 담겨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 정책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오바마 당선자가 구상 중인 '강인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위해선 미 대통령 특사가 평양을 찾아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알리는 게 일의 순서일 것이다.

부시 정부 출범 직후인 2001년 3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전임 클린턴 정부가) 남겨준 유산을 이어받기 위해 북한과의 접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가 이튿날 이 말을 취소했다. 이후 부시 정부는 대북 직접 접촉을 사실상 금기시했다. 부시 정부는 임기 8년 중 6년을 이렇게 보냈고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등 위기가 본격화한 뒤 2007년 1월 베를린에서 비밀리에 첫 미·북 회담을 가졌다. 6자회담이 본격적인 북한 핵 관련 합의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도 베를린 회담 이후부터다.

부시 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엔 보상하지 않는다"며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막아버렸다가 미국의 대북(對北) 지렛대마저 꺾어버리는 결과를 빚었다. 북핵 같은 안보 현안을 이념의 논리로만 풀려 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오바마 당선자측이 부시 정부 마지막 2년 동안 진행된 북핵협상의 공과(功過) 위에서 대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현실적인 방안이다. 오바마측에서 대북 특사가 사전·사후 서울과 철저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당연하다. 과거에도 미국 대북 특사가 우리측과 사전·사후 협의를 했지만 뒷말이 끊이지 않았고 이것이 한·미 간에 불필요한 긴장과 오해를 불렀던 만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미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