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서울에서 크리스마스 장식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손꼽힌다. 연말 장식에 공을 들이는 주요 백화점과 호텔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곳에서 감지되는 최신 유행은 '눈(雪)' 조명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서는 눈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1m 길이의 LED 막대조명 300여 개를 순차적으로 깜빡여 눈이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 이 조명의 이름은 '스노폴(Snowfall)'로 지난해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연말 장식으로 첫선을 보였다. 당시 나뭇가지 사이로 함박눈이 내리는 분위기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 신세계백화점 장식을 담당하고 있는 솔티디자인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해외 주요 명소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갔다가 눈에 띄어 프랑스 회사에서 들여왔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에비뉴엘, 영플라자 등 롯데타운의 연결 고리도 스노폴로 장식됐다. 롯데타운은 이와 함께 건물 전면 전체에 눈 결정체 모양의 LED 조명 유니트를 이어 붙여 마치 눈 결정체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롯데 관계자는 "총 11억5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고, 이 중 스노폴에 들어간 비용은 1억2000만원"이라며 "내년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비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재활용’과‘눈’이라는 올 유행을 보여주는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의 크리스마스 장식. 작년 쓰던 LED 조명 위에 눈 결정체 모양 LED 유니트를 덧붙였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한 '재활용 장식'과 '다기능 장식'도 올 트렌드. 신세계와 롯데 영플라자의 경우 지난해 썼던 LED 장식을 창고에 1년 동안 보관했다가 그대로 다시 걸고 약간의 변화를 줬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 외부와 가로수 LED 장식도 지난해 것을 변형해 다시 쓴 것. 르네상스 서울 호텔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가능한 한 작년 아이템을 재활용했다. 이 호텔은 조명도 스포트라이트로 은은하게 비춰 차분한 느낌을 주기로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재활용을 한 덕에 작년보다 50% 가까이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작가 박진우씨가 만든 갤러리아 본점의 드레스 모양 트리는 다기능 장식. 그냥 눈으로 보는 장식이 아니라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치마 안쪽에서 '공주의 방'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