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와 수도권 전철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가 19일 해고자 복직 등을 놓고 노사 간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밤 10시 현재 타결전망이 불투명해 20일 동시 파업에 돌입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파업이 벌어지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공기업 파업이자 1994년 이후 14년 만의 철도·지하철 동시 파업이 된다.
국토해양부는 19일 "서울 메트로 노조는 20일 오전 4시부터, 철도노조는 오전 9시부터 각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정부는 유관 기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특별교통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상수송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필수유지업무 규정에 따라 예전처럼 노조원 전체가 파업을 하는 형태가 아닌 까닭에 '교통 대란(大亂)'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해고자 복직 문제가 쟁점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은 ▲해고자 복직 ▲조합전임자 확대 ▲임금 인상 및 기본급 비율 확대 등이다. 노조는 "지난 2003년 철도공사 민영화 관련 파업으로 해고된 46명을 복직하는 문제에 대해 사측이 전향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해고자 복직 문제에 비중을 두는 것은 내년 1월 신임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재선임이 어렵다는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현재 철도노조 전임자 64명 가운데 7명이 해고 근로자다.
코레일에 따르면 1988년 이후 해고된 127명 가운데 81명은 노사합의와 행정소송 등을 통해 구제됐으며 2003년에 해고된 46명만이 복직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코레일 심혁윤 사장직무대행은 "철도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해고자 복직, 인력운영 효율화 계획 철회 등은 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가 없다"며 "파업을 강행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강경호 사장이 인사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14일 구속되는 바람에 심혁윤 사장직무대행 중심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체 조합원 2만5170명 중 94%가 참가한 투표에서 찬성 60.66%로 파업을 통과시킨 철도노조는 14일부터 사실상 '태업'에 들어갔다. '정시 안전운행'에 들어가는 바람에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부 열차들이 10~40분씩 늦게 목적지에 도착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반면 서울 메트로 노사의 핵심 쟁점은 '구조조정'이다. 노조는 "구조조정이 고용불안을 키워 결국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며 구조조정 전면 중단과 해고자 47명 복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공사 누적적자가 5조4958억원인 상황이어서 2010년까지 총인원의 20.3%(2088명), 올해 말까지 전체 정원의 3.9%(404명)를 감축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해고자 복직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 효과는 미미할 듯
철도노조 황정우 위원장은 19일 서울 영등포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는 이제까지 합법적인 쟁의 절차를 밟아왔다"며 "앞으로도 합법적인 파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철도·지하철 동시파업이 벌어지더라도 '교통 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올해 처음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제도 때문이다.
공익사업장에 적용되는 필수유지업무 규정에 따라 철도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는 필수유지인력이 근무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철도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주중기준으로 ▲KTX 55.7% ▲새마을호 60.8% ▲무궁화호 63.8% ▲통근열차 62.5% ▲수도권전철 63.0%(통근열차와 수도권전철은 평일 출근시간 100%, 퇴근시간 80%)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메트로노조 역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평소 운행의 65.7%, 출근시간대에는 100%를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곧바로 공권력 투입과 처벌이 이어진다.
노조도 일단은 필수유지업무 규정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철도노조 심동호 정책기획실장은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 쟁의행위는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출퇴근시간에는 100% 운행을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교섭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조측이 파업에 돌입한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대체인력 투입, 버스 연장 운행, 택시 부제 해제 등의 대책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교통 대란'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