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 너무 좋아요” 뉴욕의 체코 스님

“10년전 스키를 타다가 죽을뻔 했어요.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마음을 비웠습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왜 사는가,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체코 국적인 푸른눈의 스님은 속가의 성이 ‘호락(Horak)’이었다. 10년전 프랑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의식을 잃은 그를 헬기가 후송했고 꼬박 열흘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한달후 퇴원한 그는 숭산 큰스님이 체코에 세운 국제선원에 들어갔다. 이전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지만 죽을뻔한 사고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여행사를 운영했던 그는 2001년 겨울 한국을 방문, 스님과 재가불자가 한데 섞여 참선을 할 수 있는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처음 안거(安居)를 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비구의 계를 받은 것은 2003년이었다. 계룡산 무상사 주지인 무심 스님을 은사로 덕안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무심 스님은 숭산 큰스님이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알릴 때 만난 인연으로 출가, 결국 덕안 스님은 숭산 큰스님의 손주뻘 상좌인 셈이다.

체코에서 구도의 길을 찾아 한국으로 온지 7년, 그런 덕안 스님이 잠시 고향을 방문했다가 뉴욕 원각사(주지 정우스님)를 지난 3일(현지시간) 찾았다. 덕안 스님이 이곳에 온 것은 함께 선방에서 용맹정진한 도반 스님들 덕분이다.

원각사는 73년 하버드대에 유학 온 법안 큰스님과 숭산 큰스님의 원력으로 세워진 원각사에는 두분의 미국 스님, 대성 스님과 명행 스님이 있다. 미 동부의 십수개 한국사찰에 미국 스님들이 상주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지난달 체코를 방문한 명행 스님으로부터 원각사 얘기를 듣고 방문계획을 잡은 덕안 스님은 내친 김에 겨울을 이곳에서 나기로 했다. 30만평의 광활한 대지에 아름다운 호수와 한국을 닮은 산세를 병풍처럼 두른 원각사가 “너무 편하고 좋다”는 스님이다.

김치찌게와 된장찌게를 좋아하는 덕안 스님은 깜짝놀랄만큼 한국말이 유창하고 한글도 잘 쓴다. 동국대에서 모국어인 체코어는 물론, 영어 불어 독어 러시아어 등 6개국어를 구사한다.

한국에는 덕안 스님말고도 두분의 체코 스님이 더 있다. 미주와 유럽에서 불교는 지식층과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종교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체코는 90년 공산주의 붕괴후 많은 이들이 종교활동을 하면서 한국 불교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덕안 스님이 불교를 처음 접한 것도 아버지(안토니 호락)가 불교 책자를 선물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구인들이 한국불교에 매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참선수행과 염불, 경전공부까지 두루 하는 1600년의 전통이 살아 있기때문이다.

스님과 한국의 특별한 인연때문일까.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할 때 스님은 “한국말로 입국 인터뷰를 했다”고 싱긋 웃는다. “이민국 관리가 한국사람같이서 안녕하세요, 했더니 맞았어요. 그래서 한국말만 하고 미국에 들어왔어요.”

지난 4년간 8차례의 안거를 빠짐없이 한 스님의 소망은 계속 공부하고 한국말을 좀더 잘하는 것이다. 그의 이메일 주소(dokan108@gmail.com)에서도 수행정진에 대한 열정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