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년 전 로스쿨과 LEET에 대한 계획이 발표된 직후, 제주대로 로스쿨과 LEET 특강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법대 김부찬 교수님이 참석해 필자의 보잘것 없는 특강을 끝까지 들어주셨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강의 후에 찾아 뵙고 감사의 말씀을 전한 후 참석 이유를 여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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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LEET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대답은 쉽지만, 사실 알고 싶은 내용을 나이 어린 사람한테라도 물어보는 존경 받을 만한 태도는 쉽게 체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살아보니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대답을 덧붙였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에서 '말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듣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면접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주어진 질문은 무엇인지, 질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그 질문이 주어졌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주도권을 쥐고 면접에 임할 수 있다.

면접에서는 보통 질문에 대한 첫 대답 후 바로 '추가질문'이 이어진다. 추가질문이 공격적이면 흔히 '압박면접'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면접비중이 높아지면서 압박면접 스타일이 흔히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압박면접에서 특히 '듣기'에 대한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압박면접에서 이어지는 질문들은 대개 면접자가 세운 논리에 대해 스스로 모순적인 대답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압박면접을 일삼는 면접관들은 그러한 유도에 자신이 있는 만큼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들면 소위 '면접을 말아 먹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면접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채기 위해서는 그들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면접관의 질문에서 모순점을 찾아 그 점을 역으로 지적하는 것이 함정에 걸리지 않는 길이다.

준비한 대답을 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면접관과 '대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마당에 대화할 여유를 가진 사람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평소 상대방의 대답에 대해 약점을 찾아 비판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둬야 한다. 물론 감정적인 비판은 금물이고, 논리적인 허점을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직접 면접관이 돼 압박면접을 진행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압박면접을 당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들어야 제대로 반론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메모하거나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듣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면접이 지필고사나 논술과 다른 점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명심하고 면접에 임해야지,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심지어 대답을 하다 보면 자신의 대답에 대해서 그것이 어느 정도 타당한 건지 아닌지도, 면접관의 태도에서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심층면접에 있어서 성공하는 길은 연설을 하지 말고,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가 이뤄지기 위한 전제는 '듣기'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