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30분쯤 우리 군의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에 참가한 공군 F-5E 전투기 2대가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상공에서 충돌,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전투기에 2발씩 장착돼 있던 총 4발의 AIM-9P 사이드와인더 공대공(空對空)미사일이 땅으로 떨어져 이날 오후까지 3발만 회수됐다. 조종사 및 민간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상황
사고기들은 지상군 작전을 지원하는 근접항공지원(CAS:Close Air Support) 훈련을 위해서 원주 공군기지를 이륙, 포천 상공으로 출동했다. 사고기들은 AIM-9P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2발을 양쪽 날개 끝에 장착했을 뿐 폭탄이나 로켓탄 등 다른 무장은 하지 않았다.
이날 훈련은 저공으로 급강하해 가상으로 MK-82 등 폭탄과 로켓탄 등을 적 지상군에게 투하한 뒤 완만하게 상승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사고는 전투기들이 가상으로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선회하는 순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기도 오산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강원도 원주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는 다급한 목소리의 교신이 잇따랐다.
"1번기와 충돌했다! 충돌했다!"
"2번기와 충돌해 추락 중! 이젝션(ejection·사출좌석으로 전투기 탈출)하겠다."
◆조종사의 과실?
군 소식통들은 이날 사고가 1번기의 동체(胴體) 중앙 부분과 2번기의 오른쪽 수평 꼬리날개가 부딪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번기는 충돌 직후 심하게 요동치며 중심을 잃고 추락했고, 오른쪽 수평 꼬리날개가 파손된 2번기는 10시35분쯤 원주기지로 귀환했다.
공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기체결함이 아니라 조종사의 과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조종사가 지상에 접근하면서 지상 목표물만 쳐다보다가 다른 전투기를 미처 보지 못해 충돌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군은 그러나 충돌 당시의 상황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 조사 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듯이 이번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조사는 매우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라며 "조종사 진술 외에 기체 파손 상태, 교신기록 등을 종합해야만 객관적인 사고 실상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두 조종사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 신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정확한 상황은 좀 더 조사해 봐야 하지만 전투기들이 선회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짧은 2번기 조종사가 가상 지상 목표물에만 집중하다 1번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조종사 과실로 확인될 경우 왜 2대의 전투기가 그렇게 가깝게 접근해 비행했는지, 교신이나 눈을 통해 상대방 전투기 위치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왜 못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번기 조종사는 대위 진급 예정자로 1번기 조종사인 이모 대위의 후배다. 이들은 4~5년째 F-5E 전투기를 조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사고 직후 F-5E 전투기들의 비행을 전면 중단했으나 사고원인이 조종사 과실일 가능성이 높은 데 따라 조만간 비행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현장
이날 오전 10시30분쯤 포천시 일동면 수입2리 논에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출동해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불을 껐다. 전투기는 머리와 꼬리 부분만 남은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전소됐다.
조종석이 있는 전투기 앞 부분은 조각나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고, 전투기 양 날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형태가 남아 있는 꼬리 부분 역시 다 타버려 골격만 남아 있었다.
전투기가 추락하는 과정을 목격한 주민 배일남(49·건축업)씨는 "비행기 머리 부분이 위쪽으로 젖혀진 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떨어지기에 처음에는 곡예비행 연습인 줄 알았다"며 "조종사가 낙하산을 펼친 채 동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실제 상황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전투기는 추락 당시 공중에서 조금씩 부서져 일부 잔해가 주변에 떨어졌다. 특히 전투기에 장착된 미사일 4발이 사건 현장 부근과 인근 야산에 떨어졌다.
현장에 있던 군 관계자는 "미사일 3발은 교회 인근과 전투기가 추락한 논바닥, 야산에서 수거했지만 나머지 1발은 아직 찾지 못해 수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투기가 추락한 논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수입감리교회 뒷마당에는 미사일 1발이 떨어져 두 동강 난 채 발견됐다.
전투기 잔해 중 일부는 민가 부근에 떨어지기도 했다. 공군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수색을 중단한 뒤 5일 날이 밝는 대로 나머지 미사일 1발을 찾는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사일 이탈 문제
전투기가 충돌하면서 무게 85㎏의 AIM-9P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4발이 지상으로 떨어진 원인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미사일은 비행 중 또는 이착륙시 웬만한 충격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장치가 달려 있다. 이 때문에 꼬리 날개가 파손될 정도의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사이드와인더는 길이 2.8m, 지름 13㎝로 마하 2의 속력으로 6㎞ 거리의 적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다. 1발당 1억원대인 이 미사일은 적 항공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 자동으로 추적해 적기를 요격한다. 공군 관계자는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은 조종사가 발사 스위치를 눌러 전기적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충격을 받더라도 폭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 전투기는
미 노드롭사 제품인 F-5E는 최대속도 마하 1.6으로, 전투행동반경은 700㎞ 정도다. 전장 15m, 폭 8.5m, 높이 4.5m다. 사고기는 1978년 도입됐으며 우리 공군은 총 100여 대의 F-5E/F를 운용 중이다. 도입한 지 30년이 지나 퇴역 추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