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무역진흥확대회의 인사말에서 지금이 "비상시국"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날 한나라당은 온종일 시끄러웠다. 비상시국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 대책을 마련하려고 그런 게 아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의원들은 지역구가 수도권이면 찬성, 지방이면 반대로 갈려 서로 공방을 벌인 것이다. 지역구가 대구인 박근혜 전 대표도 "선후(先後)가 뒤바뀌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하려면 지방에 대한 정책도 함께 밝혔어야 한다는 지방 출신 의원 쪽에 섰다. 이렇게 되자 박희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선(先) 지방 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 입장을 전달했다"고 공개했고 청와대도 "지방 우선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합의한 게 언젠데 뒤늦게 주워 담느라 갖은 법석을 떤 것이다.
당·정은 올 4월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 효과를 터무니없이 부풀렸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혁신도시 재검토를 밝혔다가 지방의 반발로 석 달 만에 없던 일로 돌렸었다. 정신을 다른 데 두고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요즘 한나라당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문제를 놓고서도 시끄럽다. 그와 친한 몇몇 의원들이 지난달 말 모이더니 그 중 한 사람인 공성진 최고위원이 언론에 "이 전 최고위원이 내년 초 귀국하면 봉사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정지작업인 셈이다.
최근 당내에는 '친박(親朴)'이라는 말 외에 '월박(越朴·이명박계에서 박근혜계로 넘어간다는 뜻)'이라는 새 용어가 나돌 만큼 박근혜계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측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뜻이고 반박(反朴) 세력은 그만큼 이 전 최고위원 같은 구심점(求心點)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자신의 경선캠프 멤버 출신 직계 의원 12명만을 청와대로 불러 소주 폭탄주를 마시며 격려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것 아니냐며 입방아를 타고 있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로 한숨 돌렸다지만 실물경제 침체는 또다시 기업과 국민들의 발목을 잡고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다. 여당이 경제의 이런 사정과 대책을 놓고 밤새워 토론을 했다거나 갑론을박을 벌였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런 판에 이렇게 내 편 네 편을 가르며 저마다 제 몫 찾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여권을 보며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