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미 대선(大選)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런 유례없는 관심 덕분에, 이번 미 대선은 '세계의 대선'이 됐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1일 "우리는 투표권이 없지만, 이것은 우리의 선거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거리 곳곳에선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Obama) 상원의원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팔고 있으며, '오바마(小浜)'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항구 마을에서는 오바마 얼굴이 새겨진 빵을 팔면서 오바마를 응원한다.
45개국 언어로 전세계에 미국 방송을 하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도 전례없이 청취자들이 급격히 늘었다. 파키스탄에서는 미 대선 토론회 첫 회가 너무 인기를 끌어, VOA에서 방송 예정에도 없었던 두 번째와 마지막 토론회도 급히 방영해야 했다. 지난 7월 오바마가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는 독일 시민 20만 명이 베를린 시내에 모여 '록스타'라도 나타난 듯 열광했고, 중국 공산당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처음으로 참관인을 보내기도 했다.
◆각국이 후보들의 인생 조금씩 공유
미 대선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두 후보의 흥미진진한 인생사와 해외 체류 경험 때문.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다가 5년 동안 그 곳에서 포로 생활을 했다. 오바마도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적이 있다. 모로코 유력 주간지의 편집장인 아메드 벤캠지(Benchemsi)는 "아시아에서는 오바마가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아프리카에서는 그의 생부(生父)가 케냐인이란 이유로, 중동에서는 그의 이름에 '후세인'이 들어있단 이유로 그에게 관심을 느낀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경제·정치·문화 등에 영향을 미치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협력을 도모하는 미국의 정책 연구기관 '저먼 마셜펀드(German Marshall Fund)'의 콘스탄스 스텔젠뮐러(Stelzenmuler) 소장은 "세계화된 지구촌에서 미국 대통령은 지구촌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8년간 부시 행정부가 세계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세계가 이번 대선을 세계 정세의 큰 전환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금융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 새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 대부분이 부시 대통령과는 다를 것이고, 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전세계 5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만4000명 이상이 오바마를 지지하며, 한국, 프랑스, 캐나다 등 56개국에서는 지지율이 90%가 넘는다. 오바마가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그가 흑인 혼혈인 데다, 진보적이기 때문에 잃어버린 미국의 '윤리적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EU, 미 대통령에게 제안
유럽연합(EU) 27개국 외무장관들은 3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모여, 미 차기 대통령에게 국제 외교 분야의 중요한 4가지 주제에 대한 유럽의 공동 의견을 제시했다.'유럽비전'이란 제목의 이 제안은 아프카니스탄·러시아·중동 문제 해결 방향과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 기구 기능 강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프랑스 르 피가로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경우 현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탈레반(무장 이슬람 정치조직) 세력의 고립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내년에 예정된 아프카니스탄 총선이 평화의 초석이 되도록 미국·유럽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