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일 북한 남포발(發) 르포 기사를 통해 1990년대 대기근 이후 최악의 식량 부족사태에 처한 북한의 실상을 전했다.

LAT는 최근 남포에서 먹을 만한 풀을 뜯기 위해 잡초밭을 헤집는 주민들의 행렬이 도로변을 따라 이어져 있는 광경,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사람들이 '힘도 없고 갈 데도 없어' 목욕탕 주변 풀밭에 여기저기 드러누워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현재 기아의 수준이 1990년대 북한을 휩쓴 대기근 지경엔 아직 이르지 않았지만 영양 실조로 인해 배가 부풀어오르는 '단백열량부족증'을 겪는 어린이들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병원들에 따르면 유아 사망률은 올라가고 신생아 체중은 감소했다.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하고 풀을 뜯어먹느라 소화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20~40% 늘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최근 북한 가정 375곳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들판에서 구한 풀로 식량 부족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성인이 점심을 거르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북한 당국은 가용 토지와 노동력을 식량 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 둘러싸인 울퉁불퉁한 땅이나 경사가 45도에 달하는 비탈길에도 채소들을 심는다. 평양 외곽의 도로에선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 열을 지어 행진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행렬이 목격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한 건 식량 생산 노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단 농기계와 비료의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올해 출범한 한국 정부와 관계가 나빠지면서 당초 받기로 한 비료 30만t의 선적이 유보된 것이 컸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비료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고, 물가 안정을 위해 수출용 비료에 물리는 세금을 올리면서 중국산 비료를 들여오기도 힘들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