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성향의 언론학자와 논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터넷 포털 정책을 주제로 난상토론을 갖는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 서강대 원용진 교수 등 진보적 언론학자들이 만든 연구모임 소통포럼과 변희재 실크로드 CEO포럼 회장 등 보수 성향 논객들은 1일 동국대에서 ‘인터넷 포털, 정보왜곡의 장인가? 공론장의 확대인가?’ 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1부의 `이명박 정부 인터넷 정책의 문제점' 토론에서는 진보 성향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이 발제를 맡고 보수 성향의 전경웅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사무국장과 진보 측의 민주언론시민연대의 송경재 경희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2부 토론에선 조흡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보수 논객인 변희재 회장과 진보 논객인 강준만•원용진 교수가 각각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 `포털 서비스와 사회 소통' 이라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인다. 이하 변희재 회장의 발제문 요약.

요약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

1. 포털은 문어발식 인터넷 재벌

포털(portal)은 '관문‘이란 뜻이다. 즉 포털은 검색기능을 이용하여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원하는 사이트로 연결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개설된 사이트이다. 이러한 포털의 원기능에 가장 충실한 사이트는 미국의 구글이다. 미국의 구글이 검색창 하나만 띄워놓고 모든 검색을 아웃링크로 하는 것은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포털은 이러한 구글의 정신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쇼핑, 뉴스, 엔터테인먼트, 보험, 부동산 등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다하고 있으며, 타 정보제공 사이트의 콘텐츠를 블로그와 까페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검색권력을 활용하여 자사의 컨텐츠를 늘 최상단에 배치하며 타 정보제공사이트의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포털의 횡포 탓에 영화정보제공 사이트 시장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러한 포털의 역기능을 공론장에서 논의하고자 해도, 포털은 막강한 뉴스권력으로 이를 은폐하고 있다. 포털은 자사에 불리한 기사는 철저히 감추며 처음부터 의제가 될 수 없도록 막아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포털은 마치 1890년대의 미국의 모든 산업을 장악한 철도조합과 석유조합 이상으로 독점화되어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네이버는 그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검색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지배사업자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검색은 도로나 철도와 같은 기간산업과 유사한 점을 이용하여,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포털이 철도사업과 비교된다면, 이러한 권력을 이용하여 공장을 짓고 상품을 개발한 뒤 자사의 상품만 철도에 실어나르며 타사업체를 죽이고 있으며, 이러한 포털의 횡포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철도주변에 자사에 유리한 뉴스만을 뿌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포털이 대한민국의 언론을 장악하며 언론재단 조사 결과 영향력에서 네이버와 다음은 KBS와 MBC에 이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여 신문을 넘어섰다. 이는 대한민국 언론의 비극이다.

2. 노무현 정권의 포털 정책

노무현 정권은 출범부터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노 정권은 조중동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의 기조에서 노 정권은 포털과 지하철 무료신문을 적극 육성한다. 지하철 무료신문의 경우 도로법 위반 혐의가 짙어 한나라당 소속 구청에서 단속을 벌였지만, 노정권 하의 문화관광부는 이를 수수방관했다.

포털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언론권력화시켰다. 일단 노 정권은 신문법 등에서 포털을 제외시키며 포털에 대한 규제 여론을 철저히 막아내었다. 특히 노 정권 하의 문화관광부는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실의 검색서비스사업자법에 대해 부처 소관도 아니면서 이를 적극 반대하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포털의 블로그와 까페에 널리 퍼져있는 불법 저작물에 대한 단속도 소극적으로 하여, 저작권법에 포털을 제외시켰다.

이렇게 포털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킨 후 노정권은 각 포털사에 청와대 블로그를 개설하여 국민과의 대화를 열었다. 포털사 역시 이러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보답으로 청와대 블로그를 메인페이지를 통해 홍보하였으며 국민과의 대화를 인터넷 생중계하기도 했다. 또 포털은 자사의 뉴스권력을 이용하여 노정권의 실정에 대한 기사를 철저히 감추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개성 춤판 사진을 미디어다음이 갑작스럽게 내려버린 일이다.

노무현 정권의 포털 정책은 포털의 언론권력을 정권 유지 기반으로 이용하며, 언론사들을 포털에 종속시키며 언론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계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스포츠신문사들은 최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 최근의 언론재단은 10대들은 향후 성인이 된 뒤 무려 48%가 인터넷 포털로 뉴스를 접하겠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신문은 겨우 4%였다.

3. 진보좌파 진영의 포털 옹호 논리의 모순

노무현 정권이 포털을 권력화하는 데에는 민언련 등 진보좌파언론단체,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민언련은 2005년 이후 포털의 언론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다양한 입법에 대해 묻지마 식으로 반대해왔다. 민언련의 논리는 포털은 뉴미디어이므로 기존의 신문법이 아닌 신법으로 규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언련은 바로 신법인 검색서비스사업자법조차 반대했고, 무려 4년이 지나도록 민언련이 입법화하겠다는 뉴미디어법은 A4 1장짜리 초안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포털 비판자들은 지속적으로 음해해왔다. 포털 피해자모임이 민간인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4대 포털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미디어오늘은 “포털 피해자모임의 활동에 정치적 의혹이 증폭된다”는 음해성 기사를 올린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뒤 미디어오늘은 끊임없이 포털의 문어발식 사업과 언론권력 장악 현상을 미화하고 예찬했으며,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실의 검색서비스사업자법과 신문법 개정안에 대해 왜곡보도하며 법안의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한겨레신문 등은 민언련이나 미디어오늘 수준은 아니었어도, 포털의 비판여론이 확산될 때마다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막아선 안 된다”는 논리로 포털 규제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신문법 개정안과 검색서비스사업자법은 포털이라는 재벌 사업자에 대한 규제일 뿐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겨레 등은 4년 내내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인터넷 재벌 포털의 편에 선 셈이다.

특히 한겨레는 조선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등의 주요일간지와 인터넷신문들이 뉴스 콘텐츠를 통합하여 포털에 대응하고자 할 때, 네이버와 한겨레의 전체 기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진보좌파 진영의 포털 옹호는 그간 자본과 권력의 언론장악을 비판해온 논리와 상충된다. 포털이야말로 사상 유례없는 미디어 거대 자본이며, 이러한 포털의 사업은 대부분 정부의 정책에 절대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권력과 유착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디어다음이 방통위의 허가사항인 IPTV진출에 실패한 일이다. 포털이 노무현 정권 당시 유착하여 성장했다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현재 저작권법 위반으로 검찰이 포털을 수사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은 거의 대부분을 불법 저작물 콘텐츠로 블로그와 까페를 채우는 포털에게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자본과 권력에 취약한 포털을 마치 언론개혁과 민주주의의 성지로 예찬하는 진보좌파 진영은 그간의 언론개혁 논리 모두를 접어야하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진보좌파 진영이 정치적 목적으로 포털 옹호와 미화를 지속한다면 진보좌파 진영 전체가 포털의 덫에 걸리게 되는 셈이다.
 
 4. 진보좌파 진영은 왜 포털을 옹할까?

진보좌파 진영의 포털 옹호는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망법을 제외하고는 논리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진보좌파 진영이 이러한 논리적 모순까지 범하면서 포털 권력을 옹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된다.

첫째, 어차피 신문시장에서 조중동을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경제적으로 압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신문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며 포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권력화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단지 한겨레와 경향뿐 아니라 정치성이 없는 스포츠지와 전문 잡지 시장까지 초토화시켰다는 점에서 산업논리 이전에 언론의 윤리에 어긋난다.

둘째, 포털을 순수하고 독립된 공간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포털이 엄연히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사업적 공간이라는 점을 잊고 포털은 절대적인 중립지대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포털의 뉴스편집, 인기검색어 배치, 핫이슈 선정은 모두 포털사 직원이 결정한다. 이들의 가치판단이 포털의 여론을 좌지우지한다. 아무리 네티즌들의 여론이 높아도 포털에서 뉴스면 메인에 이를 배치하지 않고 인기검색어로 지정하지 않으면 여론화될 수 없다. 포털 비판 여론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 진보좌파 진영의 이른바 포털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존의 신문의 한계를 포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로 뛰어넘어보겠다는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의 연구 동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존의 미디어만 공격하고 포털의 폐단을 감추게 된다.
 
 5. 보수우파 진영의 포털에 대한 시각

보수우파 진영은 기본적으로 포털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당시 포털이 친노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이번의 촛불시위 때의 미디어다음의 선동적 편집이 원인이 되었다.

보수우파진영의 포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이러한 정치성에 너무 매몰되어있다는 한계가 있다. 포털 비판론은 단지 보수우파에 적대적인 여론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작게는 몰락해가는 한국의 언론시장을 정상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포털이라는 독점 권력으로 성장이 멈춘 인터넷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언론 및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 여론을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두 인터넷 재벌 회사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민주주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여론독점을 해소하여 극좌부터 극우까지 수많은 인터넷언론이 활성화되면서 이들 간의 활발한 토론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그것이 진짜 인터넷 민주주의이고 진짜 언론개혁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수우파 진영 역시 포털에 대한 시각을 대폭 넓혀주어야 한다.

6. 좌우가 소통할 수 있는 포털 담론

현재 포털에 대한 담론과 정책은 포털의 권력 독점 현상을 그대로 놔둔 채, 게시판 전체를 관리하는 정보통신망법의 강화에 치중되어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보수우파 진영은 인터넷을 통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진보좌파 진영은 포털이라는 거대 재벌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보수우파 진영에서 게시판 관리를 강화하게 된 이유는 바로 포털의 여론장악으로 인한 선동 때문이다. 즉 포털의 권력만 해소시켜주어도 전체 인터넷 게시판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없게 된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논의 초점을 개별 네티즌들의 댓글에 맞추지 말고, 포털의 권력 자체를 문제삼아야 한다.

반면 진보좌파 진영은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거대 권력 포털을 옹호하는 논리를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포털은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불법적 댓글을 방치하여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댓글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댓글과 불법저작물로 인해 처벌받는 네티즌의 피해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네티즌만큼 처벌을 많이 받는 나라가 없다. 네티즌들은 불법을 자행하여 포털의 배를 채워주면서 스스로 처벌받고 있는 것이다. 진보좌파 진영은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면, 이렇게 무수히 처벌받는 네티즌들을 방치하는 포털을 문제삼아야 한다.

또한 표현의 자유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문법 개정안과 검색서비스사업자법에 대해서는 긍정적 관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진보좌파 진영은 이제껏 포털 토론회에 좀처럼 보수우파 진영의 포털 비판자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늘 자신들의 패거리들만으로 토론회를 구성하여 4년 내내 “포털을 규제하면 안 된다”라는 사실 상 신자유주의 논리만을 대변해왔다.

보수우파 진영은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뒤, 늘 진보좌파 진영의 논객을 토론회에 초청하면서 논리를 가다듬은 것과 비교하면, 이야말로 진보진영의 낙후이다. 진보좌파 진영의 포털 토론이 늘 제자리 걸음만 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포털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경제적 언론의 관점에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모두 논의의 폭을 확장시켜 인터넷 민주주의와 언론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기울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