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통화 스와프(swap) 협정 체결로 경제의 급한 불은 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10월 31일 고위당정회의를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국 주도를 위한 전환점이 절실한 여권(與圈)이 한미 FTA를 승부수로 띄운 이유가 뭘까.
◆'MB노믹스' 불씨 살리기
여권은 FTA를 부시 행정부에서 얻어낼 수 있는 마지막 선물로 보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대통령' 이미지 회복과 경제 살리기 가속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MB노믹스(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의 핵심은 글로벌코리아(Global Korea) 구상과 친(親)기업 정책"이라며 "취임 후 경제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이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을 경제대통령 이미지 복원의 첫 단추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글로벌코리아 구상의 핵심이 미국, 중국, 일본, EU 등 세계 4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인데 한미 FTA가 무산되면 MB노믹스가 딛고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임태희 당 정책위의장은 "한미 FTA 체제는 우리 기업의 시장이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고 최소한 '뭔가 경제가 되어 가고 있다'는 긍정적 경제 심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기 놓치면 오히려 화(禍) 된다"는 계산
여권이 비준을 서두르는 데는 한미 FTA가 '안 될 경우' 생길 마이너스(-) 효과를 사전에 막아보자는 의도도 있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새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은 오바마는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며 "재협상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될 리는 없는 만큼 재협상 여부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반미(反美) 움직임까지 더해져 '제2의 쇠고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오바마가 재협상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빨리 비준해 놓고, '우린 비준까지 마쳤으니 재협상은 안 된다'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또 FTA 조속 추진의 이유를 이 대통령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호의'에서 찾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FTA를 자신의 통상 외교 성공작으로 자평하고 있다. 한국측이 비준을 한다면 열매가 될 수 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후임 대통령이 재협상을 선언하면 물거품이 된다.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미국이 한국에 준 4번째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청와대가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는 의미도 있다는 얘기다.
◆'역효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여권의 생각일 뿐 서둘러 비준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외교통상통일위원은 "만약 우리가 비준까지 했는데도 오바마가 '재협상하자'고 하면 그때는 우리 입지가 더 좁아진다"며 "그 상황에서 재협상을 받는다면 더 '굴욕외교'가 될 것이고, 안 받더라도 우리만 먼저 설친 '망신 외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대통령과 여당이 국내 여론에서 더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FTA로 인한 국내 산업 보호 대책 등에 대해 대(對)국민 설득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서두르다가는 쇠고기 수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