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거나 괴로운 기억만 골라서 지우는 영화와 같은 일들이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조지아대 조 치엔 연구팀은 CaMKII라 불리는 단백질 효소를 통해 기억 분자의 활동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뉴시스 10월 23일 보도)
우리의 뇌는 기억의 번식을 위한 생태계에 잘 적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뇌는 타인의 감정과 전략 그리고 뇌의 상태를 통찰할 수 있는 감정이입(empathy) 기능이 있다. 마치 포식자가 사냥감을 덮칠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나의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과 논리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처받은 몸을 치유하는 면역시스템과 같이 상처받은 기억을 치유하는 기술이 뇌에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의 쿼크 박사 연구팀은 전두엽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고통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기능이 있음을 밝혀내었고 최근 조지아대의 조 치엔 박사 연구팀은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CaMKII 유전자의 발현을 조작하는 기법으로 생쥐에서 고통에 관련된 기억만이 소실되도록 조작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이렇듯 뇌는 기억을 조작하거나 없애는 능력이 뛰어나다.
비리 관련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기억에 없다'는 것인데 실제 신경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릴 때의 기억은 미화되거나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법정에서는 어릴 때의 기억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래에는 개인의 모든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량 저장매체의 매우 빠른 발전으로 언젠가는 다수 인류의 경험과 기억이 컴퓨터상에 남을 것이고, 역사의 흐름을 개인들의 경험이라는 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의 뇌가 왜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지, 궁극적으로 자손에게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메시지는 뇌의 무의식공간에 묻혀 있어서 빙산의 일각인 의식의 논리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수많은 시간의 생존경쟁 속에서 궁극적인 메시지는 도태되고 방법론만 남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오늘도 몸은 죽어서 유전자를 남기고 뇌는 죽어서 기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