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외교안보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세계지도자 포럼'이 30일 서울 신라호텔서 열렸다. 전직 정상(頂上)급 인사 9명, 노벨상 수상자 2명 등 세계적 정치지도자와 석학, 국제기구 수장 30여명이 ▲글로벌 코리아의 방향 ▲세계 금융위기 대처 방안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 등 세 주제로 나눠 토론을 벌였다.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세계지도자 포럼’의 참석자들이 경제분야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건국60년, 글로벌 코리아의 길 

"정부·시민 간 신뢰가 중요한 시대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이 필수적"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ukuyama)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금융위기에서 드러나듯 현재 세계는 기존 국제정치 체제로는 조율하기 힘들어졌다. 과거에는 G8(주요 8개국)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G20의 시대"라며 "한국은 21세기의 도전들을 감당할 새로운 국제제도 창설을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그는 "21세기 국가에서는 어느 때보다 신뢰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정치적 신뢰는 정부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완벽하게 일반시민이 알 수 있을 때 가능해지는데, 이를 위해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국가간 신뢰의 기본 틀로, 한국은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경제·정치 발전에 이어) 신뢰까지 구축한다면 더 큰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했다.

패널로 나선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아시아의 양대 선진 민주국가인 한·일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존 메이저(Major) 전 영국총리는 "북한의 정치·경제적 붕괴를 방지하는 가운데 지속적 대화를 통해 경제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고촉통(吳作棟) 전 싱가포르 총리는 "한국은 앞으로 지식기반활동을 통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명성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마하티르(Mahathir)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한국의 'can do'(할 수 있다) 정신은 동남아 국가의 발전 슬로건으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앨런 히거 교수


새 국가발전 패러다임, 녹색성장 

"에너지 수요 줄이긴 힘들어… 新에너지로 CO₂ 줄여야"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앨런 히거(Heeger)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 50% 줄여야 하며, 이는 신재생에너지원의 개발과 사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히거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중요성' 주제발표에서 "지구온난화는 인간활동,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했다"며 "대기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해야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 감축에는 한계가 있다"며 "태양광, 풍력, 조력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유기물질을 이용한 저비용 고효율의 플라스틱 태양전지 개발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며 "한국 같은 나라가 이런 기술 개발을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로버트 먼델 교수


세계 금융위기와 새 성장을 위한 조건 

"세계 경제, 최악 상황 이미 지나 아시아 공통통화·기금 마련 필요" 

주제발표자로 나선 로버트 먼델(Mundell)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경제 위기에서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났다(the worst is behind us)"고 했다. 그는 최적통화지역 연구로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실물경제는 붕괴되지 않았고 보이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며 "2002년에도 미국의 성장이 먼저 둔화하고 8~9개월 후 유럽 경제가 침체를 경험했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지는 않았다. 지금 미국 경제는 회복 중"이라고 덧붙였다. 먼델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는 국제통화 체제의 부재(不在)와 연결돼 있다"며 "아시아 통화권이 유럽보다 조금 작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중국이 계속 성장할 것이다. 아시아 나름대로 공통통화나 아시아통화기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패널로 나선 데이비드 노트(Knott) 두바이 금융감독청장은 "한국의 금융위기 대처 전략은 독립적인 (금융)감독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심축이 돼야 한다"며 "국가적 합의를 통해 효과적인 감독제도가 만들어지면 증권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Edwards) SC제일은행장은 "이번 금융위기는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금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깨닫게 해줬다"며 "금융감독은 최대로 하되 규제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존 손튼(Thornton) 미 브루킹스 연구소 이사장은 "금융위기는 리더십의 위기"라며 "미 대선 이후 세계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재무장관이 임명되면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