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8)가 연기한 것은 '믿음'이었다. 세계정상급 선수라면 수준 높은 실력을 대회 때마다 꾸준히 발휘해야 한다.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무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은 김연아는 연기의 품질을 안정 궤도에 올렸음을 입증했다.

27일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끝난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우승하는 과정이 그랬다. 대회가 갖는 의미나 관중 반응, 경기장 환경 등 이런저런 변수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고, 작은 실수를 여유 있게 넘기는 자세에선 관록이 묻어났다.

김연아는 이날 프리 스케이팅에서 123.95점을 얻어 전날 쇼트 프로그램(69.50점)과의 합계 193.45점으로 금메달을 걸었다. 2008 세계선수권 4위 나카노 유카리(합계 172.53점)나 2007 세계선수권 우승자 안도 미키(168.42점·이상 일본), 2008 주니어 세계선수권 1위 레이첼 플랫(155.73점·미국) 등 경쟁관계에 있었거나 새롭게 등장한 유망주들을 가볍게 제쳤다.

김연아에겐 이번 대회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프리 스케이팅 땐 트리플 루프(3회전) 점프를 하려다 싱글 루프(1회전)로 낮춰 처리했고, 쇼트 프로그램에선 더블 악셀을 한 뒤 손을 얼음판에 짚었다. 하지만 여름 동안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95% 이상 마음먹은 대로 구사하며 '준비된 우승자'의 자신감을 보였다.

김연아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규정이 일부 바뀌었고, 시즌 첫 대회에 새로운 프로그램이어서 베스트 점수를 노리기보다는 경기를 깔끔하게 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느낌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부상 없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대전제다. 김연아는 3차 대회인 '컵 오브 차이나(6~9일·중국 베이징)'에 출전한다. 약간의 기술적 미비점만 다듬으면 개인 최고점수(197.20점) 경신이 유력하다. 3연속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3연속 파이널 챔피언 등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2008 세계선수권자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와 6차 대회에 나온다. 비시즌 동안 러시아의 일류 지도자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함께 약점을 보완하는 데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