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거리에는 추격전이 펼쳐지는 것처럼 뛰는 이들이 많았다. 자동차는 보통 때보다 훨씬 많아 10분 걸리던 길이 30분은 더 소요됐다. 우리나라 대표 디자이너 '앙드레 김'(73·본명 김봉남) 패션쇼가 여수에 처음 상륙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오후 6시쯤 여수시 오림동 진남종합경기장. 야외 운동장 한 가운데 설치된 특별무대 주위로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1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북적거렸다. 기온이 뚝 떨어져 차가운 바람이 부는 탓에 시민들은 저마다 외투를 걸치며 옷깃을 여미고 있었다. 하지만 TV에서만 본 앙드레 김 패션쇼를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추위도 잊은 듯 표정마다 기대감이 가득했다.
20여 분이 지나 특유의 흰색 옷에 빨강·검정색 체크 머플러를 두른 앙드레 김이 나타나자 “와”하는 환호성이 우레처럼 쏟아졌다.
앙드레 김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30년 전 차량으로 방문해 몰랐었는데 여수 공항에 랜딩(착륙)하기 전 하늘에서 바라본 여수의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며 “엑스포 개최 시민답게 창조적인 예술 축제를 만끽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장중한 음악과 함께 모델들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일제히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를 치켜들고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탤런트 오지호가 웃옷을 벗어 재껴 속을 은밀히 드러내 보일 때는 여성 관객들이 “우~와”하고 감탄사를 터뜨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패션쇼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쇼 이후 소년시대, 슈퍼주니어, 신혜성 등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축하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김모(19·여천고 3년) 군은 “모의고사가 끝나자마자 친구 4명과 택시를 타고 쏜살처럼 달려왔다”며 “어서 빨리 소녀시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패션쇼 중반에는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오현섭 여수시장이 직접 옷을 차려 입고 무대에 깜짝 등장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저벅저벅 걷던 오 시장은 좌·우로 하트를 날리는 듯한 손 동작을 보여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패션쇼에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미현(30·여수 학동) 씨는 “패션쇼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옷과 음악이 전혀 낯설지 않다”며 “남녀노소가 한 데 어우러진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11살짜리 아들과 함께 온 정춘성(39·여수 미평동) 씨는 “문화 갈증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기분”이라며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패션쇼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2008광주·전남 방문의 해’를 홍보하기 위해 전남도 주최로 열렸다. 탤런트 오지호·윤세아가 주요 모델로 발탁돼 ‘머리 맞대기’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모델 20여 명이 빨강·파랑·흰색 계열의 앙드레 김 의상 160여 점을 입고 매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취재 열기도 뜨거워 내·외신 기자 50여 명이 열띤 취재 경쟁을 펼쳤다. 일본·중국인 관광객 500여 명과 전국체전에서 활약했던 자원봉사자 1300여 명도 초청돼 패션쇼에 빠져들었다.
전남도 관광정책과 명창환 과장은 “앙드레 김 패션쇼는 워낙 대외적으로 유명해 전남도와 여수 엑스포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패션쇼 이외에 다양한 공연으로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민에게 양질의 문화공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