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서울미술고 회화실기 시간. 실습실에서는 세필 그리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 두 사람이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 올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영어 공교육 강화 선도학교로 선정된 서울미술고는 영어수업뿐 아니라 미술수업에도 원어민 교사를 투입하고 있다.
■미술과 영어를 모두 학교에서 책임지는 '2+운동'
서울미술고의 개혁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예체능분야와 영어이기 때문이다. 김정수 교장은 "영어와 미술을 학교에서 모두 해결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졸업 후 바로 유학을 떠나거나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 갖춘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운동'을 시작한 후, 가장 먼저 영어 분반수업을 실시했다. 원어민 영어수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 반(48명)을 24명씩 두 개 반으로 나눠 수업한다. 학년 초,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영어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반을 나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다. 또 평일 방과후 수업과 주말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부족한 영어실력을 키워주고 있다. 9명의 한국인 영어교사와 3명의 원어민 교사들이 교재와 커리큘럼 등을 연구해 수업에 적용한다. 재학생들은 "원어민 수업이 시작된 뒤, 외국인에 대한 기피 증상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영어 분반수업의 효과가 나타나자 학교 측은 미술수업에도 원어민 교사(미술 전공자)를 기용했다. 그리고 먼저 아이들이 미술수업에서 이용하게 될 300여 가지의 전문용어를 정리해 시범교재를 만들었다. 이렇게 정리한 용어들은 스티커로도 만들어 각 실기실에 붙여뒀다. 학생들은 인체 각 부위를 나타내는 용어에서부터 미술 표현기법에 이르기까지 전부 영어로 수업을 듣는다. 미술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한국인 교사들이 때로 아이들을 위해 '통역가'가 되기도 한다. 김 교장은 "원어민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사들이 먼저 영어를 배우도록 했다"며 "수업의 효과를 높이려면 학생보다 선생님들이 먼저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방과후 수업은 대개 미술과 영어수업으로 짜여 있다. 특히 주말 영어수업은 학생들에게 전액 무료로 제공되며 교사와 학생 비율을 1대 5정도로 구성해 소규모그룹 수업이 가능하다. 매주 토요일마다 4~6시간가량 진행된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시작한 개혁인 만큼 방과후 수업료도 무료이다.
또 더 수준 높은 영어교육을 위해 현재 영어전용교실을 만드는 개조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다양한 활동 중심의 수업이 가능하도록 전자칠판과 이동형 책걸상을 설치 하고 있다. 학교 뒤편 매점을 영어전용 카페테리아로 바꿀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교무실에서 원어민 교사 등 영어과 교사들이 있는 곳은 따로 분리해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으로 지정했다. 김 교장은"사교육이 필요 없는 질 높은 공교육을 정착시킬 계획"이며 "다른 학교들에게 영어교육 내실화를 이룬 모범학교로 인정 받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