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대성고 2학년 배재현(17·사진)군은 문제집을 고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제집을 한 권 사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린 경우도 있었다. 예쁘고 정리가 잘된 문제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에 맞는 난이도의 문제집을 찾기 위해서다.

배군은 "남들이 권유하는 문제집이 아니라 제게 꼭 맞는 수준의 문제집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며 "참고서와 문제집 하나를 고를 때도 '왜 이 책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챙겨 공부하는 마음자세를 다잡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자율학교에 진학

배재현군이 재학중인 거창대성고는 서부경남에 위치한 농어촌자율학교다. 농촌지역에 위치한 학교임에도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률이 높아 대구 등 인근 대도시에서 학생들이 몰려든다. 대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배군도 대구의 일반계 고교보다 기숙사에서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거창대성고로 일부러 진학했다.

배군은 "고교진학을 앞두고 인생목표에 대해 고민한 결과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드는 자율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거창대성고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고교 입학성적은 전교 4등이었고, 첫 모의고사 성적은 500점 만점에 440점대 후반이었다. 그러나 점수는 자꾸 떨어졌다. 모의고사 성적이 400점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배군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공부방식 전체를 다시 점검했다. 선생님과의 상담도 틈나는 대로 했다.

"성적이 자꾸 떨어진 이유를 살펴보니 결국 입학성적이 좋았던 것에 대한 교만과 수박 겉핥기식 공부 때문이었어요. 공부에 대한 겸손한 자세로 개념원리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시작했지요. 공부를 쉽게 보지 않고 기본부터 다져나가면서 성적은 점차 오르기 시작했어요. 결국 모의고사 성적이 490점으로 올랐고, 전국연합학력평가 전 영역 1등급은 물론, 내신 전 교과 1등급을 유지하게 됐어요."

■문제집은 항상 과목별로 2권 이상씩

배군은 문제집을 살 때 항상 과목별로 1권이 아니라 한번에 2~3권씩 샀다. 하나는 좀 쉬운 것이고, 다른 것은 어려운 문제집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권씩 문제집을 끝내는데 반해 배군은 단원별로 여러 종류의 문제집을 봤다. 어떤 단원을 공부할 때 가장 쉬운 기본서로 보고, 다음에는 조금 더 어려운 문제집으로,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집을 공부했다.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별로 여러 문제집을 사다보니 서점에서 문제집을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관리상 문제로 문제집들을 단원별로 단권화시키지는 않았다.

배군은 "교재목차라든지, 어려운 문제를 눈으로 훑어보면서 맞춤식 문제집을 골랐다"며 "한번 공부할 때 단원별로 쉬운 부분부터 어려운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배군은 문제풀이식 공부보다 개념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념공부를 할 때는 단순히 그 사실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개념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 원리까지 찾도록 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단순암기나 문제풀이식 공부가 아닌 원리를 찾는 공부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단순 수식이라도 어떤 이유와 원리로 만들어지게 됐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점차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배군은 "원리를 찾는 공부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운 것을 깨치는 재미를 알게 돼 공부를 할 때가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국·영·수는 매일 공부

국·영·수 공부는 각 과목별로 일정량을 정해서 매일 공부했다. 국어는 하루에 비문학 지문을 3~4개씩 봤고, 문학은 시나 소설 중 하나를 골라 20분 가량 공부했다. 수학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 위주로 공부했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예습을 하면 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공식을 단순 암기하는데 그치기 때문이었다. 2시간을 공부한다면 문제풀이에 1시간을 할애하고, 나머지 1시간은 원리이해에 투자했다. 영어는 수능문제집의 듣기와 독해 부분을 주로 공부했다. 시사상식을 키우고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신문을 봤다.

배군은 "매일 영역별로 골고루 공부했기 때문에 따로 학습계획표를 만들지 않았다"며 "학습계획표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세우더라도 공부시간을 너무 촘촘히 잡아 계획을 수시로 바꿀 수밖에 없어서 제게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배군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의지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부하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을 수 없어요. 여러 공부방법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 오류과정을 거치면서 자기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비결일 겁니다. 무엇보다 목표의식을 가지고 공부할 때 집중하는 것, 자기가 하려는 마음과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재현군이 본 참고서

―언어: EBS언어영역, 수능다큐(신사고), 18종 문학자습서(해법교육)

―수리: 수학의 정석, 쎈 수학(신사고), 네버다이(중앙교육), EBS수리영역

―외국어: EBS외국어영역, 수능다큐(신사고), 8절모의고사문제집

―사탐: 숨마쿰라우데(이룸E&B), EBS사탐영역, 누드교과서(이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