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하루 종일 아이와 같이 지냈다. 뛰기도 뒹굴기도 하고 말장난도 친다. 오랜만에 해맑게 웃는 아이 모습을 보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누적된 피로를 푸는 강력 비타민제 같은 그 웃음이 고맙고, 직업상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은 아빠라서 너무 미안하기도 하다.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갑자기 그 웃음 위에 겹쳐 보이는 아이의 미래, 즉 점점 더 어린 나이에 경쟁 세계로 내몰리게 될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다.
공연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종종 공연장 또는 문화예술의 가장 큰 라이벌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TV도 아니고 비디오 게임도 아닌 것 같다. 학원과 선행학습으로 대변되는 현재 교육 상황이 가장 강력한 위협 요인인 것 같다.
몇 해 전만 하여도 번성했던 어린이 공연들이 평일에는 공연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너무 바쁜 것이다. 또 바쁜 와중에 그들이 보는 공연도 학습을 위한 똑똑한 엄마의 계획이거나 과제의 일환인 경우가 많다.
단지 내가 공연기획자로서 미래에 관객이 줄어들 걱정 때문에 가슴 아픈 것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아빠로서 일찍부터 고단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아주 큰 내 새끼의 삶이 견딜 수 없어서, 그저 해맑기만 한 웃음에 불안한 기우(杞憂)를 덧붙여 본다. 우리 문화예술에 미래가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