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 요즘 월·화요일 밤마다 TV를 켜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난감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MBC TV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SBS TV 월화드라마 '타짜'의 어색한 주인공들의 연기와 뜬금 없는 대사가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 주인공들이 눈물을 쏟는 장면에서조차 실소하게 만드는 드라마 속의 문어체 대사들을 살펴봤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에덴의 동쪽'은 시종일관 주인공들이 눈물을 쏟으며 감정의 극한으로 향해가는 드라마. 한데 주인공들이 극적인 순간에 나누는 대화가 너무나 어색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1회 방영분에선 주인공 동철(송승헌)과 동욱(연정훈)이 극적으로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 연정훈이 외친 대사, "형 맞아? 이동욱 형 이동철이 맞아? 꿈이 아니라고, 환청이 아니라고, 어서 대답해!"가 전파를 탄 후, 시청자 게시판엔 "민망해서 채널을 돌렸다", "눈물이 안 나고 웃음이 났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연기파 배우 이미숙은 과도한 엄숙함과 비장미로 웃음을 주는 경우. 아들 동욱의 발을 손으로 주무르며 "이 발바닥이 닿는 곳마다 억울한 사람들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기를 펴고 어두운 세상엔 환한 불을 켜는 등불이 되란 말이여"라고 매회 설교를 거듭하는 모습은 네티즌 사이에서도 '병맛(뜬금 없고 이해가 되지 않음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 장면'으로 꼽힌다.
문법조차 맞지 않는 지현(한지혜)의 대사도 화제. "제멋대로 자기 위주의 부패한 감정을 정직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일평생 남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구걸한다죠", "타인이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도 점점 더 큰 존재로 마음 속에 자리잡는 사람이 있거든요. 물론 더럽지 않은 깨끗한 존재로요" 등으로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평을 들었다.
◆"넌 참 충성스런 사냥개로구나"… 뜬금 없는 명(?)대사
'에덴의 동쪽'의 주인공 영란(이연희)도 어색하고 뜬금없는 연기로 끊임없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란은 극중에서 19살의 앳된 소녀로 설정됐음에도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대사를 쉬지 않고 들려준다. 동철을 처음 만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아저씨 벌써 날 사랑하게 된 거니?"라고 하더니 "내가 예쁘다고, 귀엽다고, 사랑스럽다고 말해! 날 사랑하게 될 거라고 말해!"라고 외치고 심지어는 동철에게 "넌 참 충성스런 사냥개로구나"라고 한다.
연출자 김진만 PD는 "이연희씨에게 의도적으로 설익은 연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 김은명씨는 게시판에 "이연희의 뜬금 없는 대사들을 그저 연출자의 의도라고 이해하기엔 어색함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고 썼다.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드라마 대사가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다. SBS '타짜'의 한예슬은 사투리를 쓰는 여고생 난숙을 연기하면서도 "느그들 걸리기만 해봐라, 내가 쌍다마로 느그들 마빡을 확…" 같은 대사를 억양을 싣지 않고 국어책 읽듯 말해 비난을 받았다.
한국방송산업진흥원 박웅진 연구원은 "최근 드라마 대사가 점점 절제미를 잃고 있다"며 "소위 '명대사'로 승부하겠다는 과욕이 오히려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