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9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대한주택보증이 2조원을 들여 공정(工程) 50% 미만인 지방 미분양아파트를 사주기로 했다. 감정평가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되 건설업체들이 원할 경우 준공 후 6개월 이내에 되파는 조건이다.

토지공사도 3조원을 들여 주택건설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기준가격의 90% 이내 가격으로 사들인다. 토지공사가 주택건설업체들에 분양했던 공공택지의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뺀 중도금을 돌려주는 데도 최대 2조원 정도가 들어간다. 건설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공적 보증기관이 일정한 보증을 서준 뒤 이를 기초로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건설업계의 자금 융통을 도와주는 방식도 도입된다.

서울·수도권의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도 대폭 풀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같은 부동산 대출규제가 완화된다.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할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고, 새집으로 이사가면서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이 된 경우에도 기존 주택의 양도세가 면제되는 처분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과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 해소 등을 위해 여러 차례 내놓은 정책보다 포괄적이고 강도가 높아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부동산발(發) 불황'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미분양 아파트는 공식 집계로는 16만 가구, 실제는 25만 가구다. 정부가 사줄 수 있는 물량은 이 가운데 2만 가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로 대출 규제가 풀리더라도 국내외 경제 상황이 호전돼 부동산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을 더 쏟아 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옮겨가고 있는 비상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부가 이번과 같은 대책을 내놓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 대책으로 메울 수 없는 부분은 건설업계가 스스로 자구 노력을 통해 채워 넣어야 한다. 그럴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건설업체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회생 가능성을 엄격히 따지고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