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들여다보면 뭘 해. 속만 터지지…."

15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 수이청난루(水城南路)에 있는 둥하이(東海) 증권 객장 3층. 10만 위안(약 1800만원) 이상 투자한 VIP 고객들에게 증권사가 내준 20여 개 트레이딩 룸은 텅 비어 있었다.

18번 룸에선 증시 개장 30분 만에 카드놀이 판이 벌어졌다. 방 주인인 장(張·61)모씨는 "4명이 함께 쓰는 방인데 한 달째 나 혼자 나온다"면서 "요즘 옆방 사람들 불러서 카드놀이 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스님까지 주식투자에 뛰어들며 '주식 광풍(狂風)'으로 뜨거웠던 작년 5월 초, 24만 위안을 주식에 투자한 장씨의 주식 평가액은 1년 전인 작년 10월 16일 주가가 사상 최고점인 6092(상하이 종합지수)를 찍을 때 40만 위안이 넘기도 했다. 하지만 꼭 1년이 지난 15일 현재 약 4분의 1인 11만 위안으로 줄었다. 장씨는 "20년 저축한 돈의 3분의 2를 주식에 넣었는데, 이제 세계 금융위기까지 터졌으니 본전 찾기는 더 힘들어진 것 아니냐"고 한숨지었다.

같은 시각 한 층 아래에 있는 일반고객 객장에선 40대 주부 천린(陳林)씨가 넋 나간 듯 단말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올 초까지 도시락을 싸 들고 나온 '아줌마 부대' '퇴직자 부대'로 터져나갈 듯 했던 약 100㎡ 넓이의 객장에는 불과 4명만 지키고 있었다. 증권사 영업직원은 "전에는 신규 계좌를 트러 온 사람들이 건물 밖까지 늘어섰는데, 오늘은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천씨는 "1만 위안 원금이 1500위안이 됐다"며 "정부가 나서서 증시를 살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집을 팔아서라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팔푼이'소리를 들었던 1년 전과 달리 중국인들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중국 중신(中信)증권은 올 여름 상하이 구베이루(古北路)에 'VIP고객 전용' 영업점을 내고 부유층을 끌어들이려 애쓰지만, 15일 이 영업점의 10여 개 트레이딩 룸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각종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작년 10월 16일 하루 2300억 위안이 넘던 중국 증시의 거래액은 1년 만에 763억 위안(14일)이 됐고, 하루에 최고 43만개(작년 10월 19일)를 넘었던 신규개설 계좌는 일주일(10~14일)에 17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증권망은 증권사들의 올해 수익이 작년 대비 65~70% 가량 줄면서, 감원과 감봉 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수급(需給) 문제가 심각한데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고조되면서 올 연말까지 증시 회복은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송해성(宋海成) 상하이 삼성증권 대표는 "정부의 금리인하 조치로 9월 18일 상하이지수가 1800선에서 일단 반등했지만, 매매제한이 풀리면서 계속 쏟아지고 있는 비(非)유통주 물량이 해결되지 않는 한 1800선도 불안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