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매년 의대생들은 졸업식장에서 이렇게 시작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이와 비슷한 선서를 경영대 졸업생들이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최근 월스트리트발 신용 위기로 금융회사 경영진의 탐욕과 무능을 지탄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면서 경영자에게도 히포크라테스 선서 같은 행동 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라케시 쿠라나(Khurana) 교수와 리틴 노리아(Nohria) 교수는 이 학교가 발행하는 경영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신호(10월호) 기고문에서 경영자의 윤리 의식과 능력이 자주 도마에 오르는 건 "경영자에게 의사나 법조인 같은 프로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제 경영을 진정한 전문직으로 만들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경영학계에도 ▲의학이나 법학에 준하는 체계적 교육과 자격시험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보편 타당하면서 강제력을 갖춘 행동 규범 ▲경영자 교육을 총괄하고 행동 규범을 어긴 경영인을 제재할 권위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사나 법조인이 흔히 존경의 대상이 되는 건 그들이 지난(至難)한 학업과 시험을 통해 의사와 법조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검증받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경영자에겐 이와 비슷한 장치가 없다. 많은 경영자들이 경영학석사과정(MBA)을 밟지만 이것이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니다. 두 교수는 MBA와는 별도로 의사 면허와 같은 공인전문경영인(CBP) 자격시험을 도입해 경영학 교육도 이 시험 합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식의 교육으론 대학을 중퇴한 빌 게이츠(Gates·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같은 천재 경영인의 출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두 교수는 모든 경영인을 자신들의 주장처럼 기르자는 얘기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경영시장에 MBA 경영인, CBP 경영인, MBA와 CBP를 겸비한 경영인 등을 공존시켜 각 기업들이 자신들의 철학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경영인을 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논리다. 물론 공인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경영을 할 수는 있다.
경영인의 자질문제를 CBP로 보완한다면 경영자의 도덕성을 강제하는 장치로 두 교수는 이른바 '경영자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문'〈그래픽〉을 제안했다. 이들은 의사가 환자의 건강을, 법조인이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경영인에겐 사회의 이익이 바로 그런 가치에 해당한다며 이런 정신을 선서문에 담아 보았다. 여기엔 경영자의 탐욕을 경계하는 '사적인 이익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서약한다'는 문구 외에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신과 기업의 투명성을 추구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쿠라나 교수 등은 이 선서문이 경영인들 사이에 소속감과 직업적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부정행위의 욕망을 자제시키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본다. 인간의 행동은 외부로부터 자신이 받는 기대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이 선서문이 그 기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