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값싼 구입비에 편리한 주·정차, 비만 예방과 매연 발생 '0'까지 그 자체가 매력 덩어리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자전거는 '산책용', '레저용'일 뿐 실생활에 자동차를 대체할 만큼 '교통 수단'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직접 자전거를 타고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10월 1일. 고양시를 관통하는 중심도로를 따라 달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쉽지 않다. 고양시 덕양구 고양경찰서에서 출발해 일산으로 가는 길은 넓은 논지대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고가 대곡로로 쉽게 건너가지만, 일반 자전거나 도보 이용자는 한번에 쉽게 갈 길이 없었다. 신호등을 서너번 건너 대곡로 옆 보행로로 올라가거나 논밭 사이로 난 농로, 흙길로 가야 했다. 게다가 아직 이정표가 없어 중간에 길을 물어가며 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자동차로 5분이면 될 거리가 20분 이상 걸렸다.
일산 백석동에 들어서니, 자전거가 다니지 못할 길은 없을 것 같이 시원스레 길이 뚫려 있다. 선선한 바람 한 줄기가 이마와 등의 땀을 말린다. 이제 신나게 달려볼까.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자전거도로의 불편함은 속속 드러난다. 문제는 둔턱과 장애물. 아예 보도의 둔턱을 없앤 곳도 있지만, 남아 있는 곳도 많았다. 걸음마를 갓 뗀 아기도 쉽게 넘을 높이가 자전거를 타보니 절벽처럼 느껴졌다. 간혹 시멘트로 일부분만 때운 곳도 있지만, 앞에서 오는 행인과 옆에서 들어오는 차를 조심해가며 그 좁은 공간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가 무단 주차하고 있는 경우보다는 나았다. 이때는 아예 안장에서 내려 자전거를 번쩍 들고 인도 위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또 올림픽의 '장애물 달리기'처럼 고양시 자전거도로 위에서도 정말 많은 장애물과 만났다. 가로수는 기본이고, 상가에서 내 놓은 간판, 노점, 택시 승강장, 자전거 보관대 심지어 지하철 통풍구까지. 덩치가 커질수록 투명인간이 아닌 이상 통과할 수 없었다.
원래 차로로 달려야 할 자전거가 보도에 '더부살이'하면서 생겨난 불편들은 이뿐이 아니었다. 자전거가 그려진 도로에서 보행자와 맞닥뜨리고, 아슬아슬하게 접촉사고를 피하기도 했다. 특별히 '자전거도로'라고 정해진 색이나 바닥 재질이 없고, 구역마다 제각기 달라서 '자전거도로'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박히지 않았다. 결국 보도 위에 있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일은 보행자와 장애물, 둔턱을 살피느라 피곤이 배로 몰려왔다.
10월 2일. 고양시의 경의선 철로를 따라 이 지역의 자전거 생활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경의선은 고양시를 관통하는 기차로 철로 남쪽에는 호수공원을 비롯한 쇼핑, 의료, 관공서 및 편의시설이 몰려 있고, 철로 북쪽은 탄현동, 중산동, 풍동, 식사동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주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장 최근에 들어선 풍동 신도시로 가는 길. 먼저 백마교를 자전거로 건넜다. 다리 아래로 경의선이 오가는 게 보인다. 보행로는 자전거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로 좁다. 만약 길 중간에서 보행자와 만나면 누군가는 펜스에 몸을 바짝 갖다대어야 할 것 같다. 그 펜스들 중 차로변의 것 하나가 송두리째 뽑혀져 흔적도 없다. 주민들 말로는 벌써 몇 달째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백마교에서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와 풍동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아예 길이 끊어졌다. 할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 길을 건넜다. 중심지역으로 갈수록 보도가 좁아서 자전거에 양보할 공간도 없어 보였다. 길에서 만난 오영숙(44·풍동)씨는 "길이 좁아서 아이들이 자전거로 학교나 학원에 갈 때 너무 위험하다"며 "자전거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차로 데려다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경의선 북쪽 도시들은 자전거도로가 아직 없거나 미흡하고, 경의선을 통과해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자전거 길은 개발되지 않아 불편했다. 중산에서 만난 김미근(66·일산 2동)씨는 "호수공원에 가고 싶어도 가는 길이 불편해서 자주 못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토로하였다.
자전거는 사람의 두 다리를 빼고는 가장 접근성이 높은 교통 수단이라고 한다. '자전거 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는 무엇보다 현재 이용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자전거 생활의 불편함에 돋보기를 들이대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