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 기구가 필요하다."

로버트 졸릭(Zoellick) 세계은행 총재가 6일 국제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선진 7개국의 모임인 G7을 해체하고 중국, 러시아 등 신흥 경제권을 포함하는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을 제안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졸릭 총재의 발언은 오는 1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졸릭 총재는 이날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G7 기존 회원국에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추가하는 새로운 '지도 그룹(steering group)'이 필요하다"며 "새 기구는 회원 수를 고정하지 않는 유연한 조직으로, 다자(多者) 경제 외교를 위한 페이스북(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졸릭 총재는 "금융위기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변화가 오는 전환점)가 될 수 있다"며 "성장 저하와 금융 환경 악화가 기업들의 도산과 은행들의 위기 가능성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릭 총재의 발언은 세계적 차원의 리더십 부재(不在)가 금융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 "세계 불황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며 "세계적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그럴만한 자원과 권위를 갖춘 기구가 없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10~13일 워싱턴서 열리는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 총회는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할 좋은 기회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효과적인 공동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아시아 외환 위기 때 주도적 역할을 했던 IMF는 당시 대책이 부적절했다는 비판 속에 신뢰도가 추락했고 선진국의 위기에 대응할만한 실력이 있는지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프레드 버그스텐(Bergsten)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위기의 세계화는 (위기 해결) 대책의 세계화를 요구한다"며 "현재 많은 국제기구들이 있지만 이런 역할을 수행할 적절한 기관은 없다"고 말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도 6일 "외국의 채권자들이 미 국채를 팔면 경제적 혼란과 정치적 갈등, 그리고 군사적 긴장을 촉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적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EU(유럽연합), 중국이 G3를 구성해야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