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00 정도?" 한국 당구 '스리쿠션(three cushion)' 최강자이자 세계캐롬연맹(UMB) 랭킹 6위 김경률(28·서울당구연맹)이 밝힌 자신의 당구 스코어다. 김경률은 "'2000'이란 단순히 높은 숫자를 말하며 마음 먹은 대로 다 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 개의 공을 이용하는 당구 스리쿠션은 자신의 공을 쳐서 다른 두 개의 공을 모두 맞히는 스포츠다. 단 쿠션(당구대의 벽)에 세 번 이상 튕겨야 한다. 성공하면 1점을 얻는다.
김경률은 4일 수원에서 열린 세계스리쿠션당구월드컵 결승에서 딕 야스퍼스(1위·네덜란드)에 세트 스코어 2대3(6―15, 6―15, 15―13, 15―13, 6―15)으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준우승이지만 한국 당구가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1992년 고(故)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회장의 우승 이후 16년 만이었다. 김경률은 "이 전 회장의 실력은 보는 사람이 절로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라며 "그와 대결했던 딱 두 번의 경기는 현재 내 실력을 쌓는 데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김경률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당구를 시작했다. 당시엔 보통 사람들과 같이 단순한 재미였다. 그는 "내가 친 공이 앞, 뒤 가리지 않고 생각한 데로 가는 게 너무 신기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 남보다 늦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평생 직업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은 그를 열정과 연습으로 이끌었다. 하루에 12시간 연습도 힘들지 않았다.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1년 뒤 국가대표가 됐다. 그 뒤 세계대회 2, 3위만 수차례. 김경률은 "아직도 당구는 치면 칠수록 나를 행복하게 하는 스포츠"라며 "즐겁게 하다 보면 다음엔 꼭 우승하리라고 믿는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