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이 5일 10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불륜'의 양태를 과장된 스타일로 묘사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불평과 분노를 영양분으로 삼아 시청률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02회까지 평균 시청률은 24.6%.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들 관심이 높아져 80회 안팎에서는 40% 선을 넘보기까지 했다. "불륜 조장, 막장 드라마", "도대체 작가가 제정신이냐?"며 시청자 게시판에 봇물처럼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사실 이 드라마 시청자들. 도대체 이 드라마의 고공 시청률의 요인은 무엇일까? 시청률이 과연 '나쁜 드라마'라는 평가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인가?
◆희화화된 캐릭터, 불륜 놀잇감이 되다
처·첩과 한 집에 사는 가장, 맞바람, 불륜녀를 집에 들여 동거하다가 다시 본처를 집으로 들이려는 남자…. 이 세 종류의 '불륜'이 드라마의 큰 줄기다. 숨 가쁜 불륜행진곡 속에 다른 이야기는 끼어들 틈이 없다. 보통 드라마들이 일탈에 대한 시청자들의 내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도구로 불륜을 끌어들인다면 이 드라마는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불륜 하나만을 파고든다. 판타지적 성격이 거세된, 철저한 '생활형 불륜극'.
나쁜 남편들의 기상천외한 불륜 행각과 역경 속을 헤매는 '조강지처'들의 처절한 삶을 시퀀스 단위로 대비시켜 시청자들 공분을 쌓아 올리는 것은 이 드라마의 반복적 작법이다. 이런 설정은 주부 시청층의 압도적 동의를 끌어낸다. '징벌'도 확실하다. 두 여자를 데리고 사는 한심한(한진희)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걷지 못하게 되고, 조강지처 나화신(오현경)을 쫓아낸 모지란(김희정)이 다시 버림받아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설정 등이 대표적.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바람을 피우다가 천벌을 받는 남자 주인공들은 불륜에 심리적으로 동조하던 시청자들의 잠재적 죄책감을 씻어주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갈수록 그런 규범적 결말에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문영남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불륜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긴 호흡의 주말 드라마는 좀더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륜을 '놀잇감'으로 다루는 이 드라마를 과연 도덕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넘쳐나는 코믹 캐릭터는 불륜의 무게를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기묘한 역할을 한다. 그 중 한원수(안내상)는 시트콤을 포함해 우리나라 드라마 사상 가장 과장된 캐릭터 중 하나. 한심한·모지란 등 실소가 나오는 직설 배역 이름도 마찬가지. '블랙 코미디'로도 해석될 수 있는 '조강지처 클럽'은 불륜을 위험하고 껄끄러운 삶의 장애물에서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친근한 일상의 한 장면으로 변신시킨다. 위험하다는 얘기다.
◆보수적 프레임, '패륜'의 면죄부?
이 드라마는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이다. 처와 첩이 함께 사는 가정이 극의 중심인 설정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MBC 드라마국 임화민 PD는 " '조강지처 클럽'에는 '구닥다리' 인생이 있고 그 속에 삶의 진실이 있다"며 "옛날에는 첩 데리고 사는 남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사에서도 수시로 가부장제에 대한 옹호가 드러난다. 91회, 친구 한복수(김혜선)를 앞에 놓고 "남자 지긋지긋해서 이제 혼자 성공하겠다. 정신 바짝 차리고 돈 벌겠다"던 나화신(오현경)은 돌연 이렇게 말한다. "너라도 남자한테 듬뿍 사랑 받고 살아. 돈 벌고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남자한테 사랑 받고 사는 것도 행복 아니니?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지."
"여자들 대문(얼굴)이 허술하면 남자들 보기가 얼마나 피곤한지 아세요?", "툭하면 되도 않는 여자들이 성희롱, 성추행이래.", "남편 바람 피웠으면 그게 누구한테 문제 있는 거예요. 나 문제 있는 여자예요 광고하고 싶어요?" 등의 대사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는 분명 논란의 소지 다분한, 도발적 표현들이다. 한 방송 작가는 "중장년층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극 구석구석의 보수적 색채와 결말이 시청률을 노린 듯한 엽기적 장면들에 대한 면죄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을 팔고 사는 시대를 고발한다'며 시대 묘사에 58분, 고발에 2분을 할애하는 식의 '2류 에로 영화'의 마케팅 화법을 그대로 닮은 것이다.
◆무한연장 드라마, 시청률 만능주의의 일면
이 드라마는 당초 50회로 기획됐다가 80회로 늘어났고 이어 100회를 거쳐 104회로 마지막회를 마친다. 매회 65분씩 방송됐으니 전체 방송시간은 6760분. 당연히 드라마의 내용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문 작가는 "연장됐지만 흔들림 없이 예정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장밋빛 인생', '애정의 조건' 등 이전 히트작에서 느껴졌던 작가 특유의 장악력과 구성력은 무뎌진 것처럼 보였다. 과거 문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던 모PD는 "전반적으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희화화됐던 것 같다"며 "문영남 작가다운 작품으로 보기는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