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서울대 입학식장에 들어선 김영준(19)군의 가슴은 터질 듯했다. 전교 200등으로 고교에 입학한 그가 서울대에 합격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무모하게만 보이던 도전에서 합격을 거머쥐었다. 고교 3년간 지독하게 책과 씨름해 ‘서울대 합격’이라는 영광을 차지한 김군의 이야기는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게임에 빠진 생활에서 공부 동기 찾아 변화

김군의 중학교 생활은 ‘컴퓨터 게임’ 그 자체였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컴퓨터가 있는 방문을 잠가 버리면 피씨방으로 달려가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게임에 열중했다. 그럴수록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평균은 60~70점. 중1 때 반에서 10등이던 성적은 2학년이 되면서 20등 밖으로 밀려났다.

김군이 게임에서 빠져나오게 된 계기는 IMF 외환위기였다.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하면서 가정 살림에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그때부터 김군의 머릿속에서 ‘게임’은 사라졌다. TV도 끊었다. 부모님에게 “겨울방학 동안만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집 근처 학원을 혼자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학원을 직접 골랐다. 학원 레벨 테스트 결과는 영어 20점, 수학 40점. 수준별로 편성된 51개 반 중 40번째 반에 배정됐다. 학원 진도 외에 자신이 선택한 기초문제집들을 따로 풀었다. 모르는 내용은 학원 선생님을 찾아가 수없이 되물었다. 중3 겨울 두 달 동안 김군은 무려 20개 반을 뛰어넘었다. “반에서 1등을 하면 학원 문에 이름을 붙여줬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됐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질문 많이 하라

고등학교에는 전교 200등으로 입학했다. 한 반 35명 중 10등. 중3 시절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이었다. 김군은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 서울대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첫 목표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였다. 김군은 무려 7주 동안 중간고사를 준비했다. 공부법을 모르니 무작정 달달 외울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보면 교과서 몇 페이지에 있는 내용인지 생각날 정도였다. “고3때 고1 국사책을 펴보니 줄이 너무 많이 쳐져 있어서 못 읽을 정도였다”고 했다. 중간고사 결과는 전교 9등, 반 1등. 선생님은 물론 반 친구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공부의지를 다졌다. 1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4등,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1등으로 성적이 올랐다. 공부 노하우가 쌓이면서 시험공부 기간도 고2때는 5주로, 고3 때는 2주로 줄었다.

김군의 내신 공부비결은 단순하다. 우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질문을 많이 했다. “수업 들을 때 이해하지 못한 것은 시험 공부할 때도 몰라요. 그런 내용은 그날그날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쌓여서 한꺼번에 공부하기 힘들어집니다.” 또 질문을 하다보니 그만큼 시험정보도 얻기 쉬웠다. 선생님들이 은연중에 “그건 중요하니까 꼭 알아두라”거나 “그건 공부할 필요없다”는 등의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기초 부족해 ‘독서’부터 다시 시작

내신과 달리 수능 모의고사는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내신 전교 1등이 됐을 때도 모의고사는 100등 안팎을 넘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영역. 중3까지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아 기본적인 독해력과 이해력,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학년 동안 공부하는 틈틈이 책을 최대한 많이 읽었다. 점차 교과서를 이해하기 쉬워지고 언어영역 공부도 편해졌다.

외국어영역은 교과서 본문 외우기부터 시작했다. 다른 과목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만큼 등하굣길에 주로 외웠다. 그날 외울 분량을 정해두고 하루 세 번씩 반복해 외웠다. 단어는 1학년 때 하루 60개 이상 외웠다. 한 권의 단어집을 일 년 간 5번 반복 암기했다.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는 따로 수첩에 적어두고 등하굣길에 다시 봤다. 문법 역시 문법 참고서 한권을 세 번 복습해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김군은 “공부에는 사실 왕도가 없다”며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고 느끼는 내적 동기를 발견하고 기초부터 충실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