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93~102)=야마시타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창의적, 탐구적 초반 운석(運石)을 즐긴다는 점이다. 요즘은 뜸하지만 그는 한동안 포석 때 이색착점을 시도하는 기사로 유명했다. 첫 수를 천원(天元)에 둔다든지, 5의 五 자리나 대고목(大高目)으로 진용을 편다든지 하는 식이다. 무조건 화점이나 소목(小目)으로 귀를 차지하고 판에 박은 포석을 펼쳐나가는 현대 바둑에서 야마시타 류의 반항(?)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곤 한다.

승부처를 맞아 쌍방 장고가 거듭되고 있다. 93이 묘한 수. '가'로 당장 끊어 요절을 내고 싶지만 참고1도에서 보듯 잘 안 된다. 참고2도 백 1로 모는 수는 어떨까. 그것은 5까지 처리 후 6에 붙여 12로 왼쪽 백과 싸우자고 덤빌 요량이다.

유리한 입장의 백은 모험을 피하고 싶다. 이것저것 모두 골치가 아파 보여 94로 물러섰고, 그것이 타협의 실마리가 돼 101까지 교환이 이뤄졌다. 집만 놓고 보면 흑도 선전한 셈이지만 중앙 요석을 잡은 백이 엄청 두터워진 결과. 게다가 백이 선수까지 잡아 102로 손을 돌려선 형세가 많이 기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