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6월 말까지 KBS· MBC의 9시 뉴스는 하루 평균 6~7건 이상의 광우병촛불시위 관련보도를 내보냈으며, 이들 뉴스의 절반 이상이 촛불 시위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오는 30일 출범하는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연)는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지난 4월18일부터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가 결정된 6월 26일까지 KBS와 MBC의 9시 뉴스를 분석한 '광우병 관련 보도를 통해 본 공영 방송의 편파보도 사례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공언연은 "뉴스의 양이나 보도 주제, 뉴스의 제목, 인터뷰 선택, 앵커 멘트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방송 뉴스에서 공정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이들 뉴스들은 전 국민이 광우병 문제가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받아들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3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출범식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MBC 광우병 보도의 68% 촛불시위에 유리한 제목

KBS는 전체 광우병 관련 보도 중 53%가 촛불시위대에 유리한 제목이었으며, MBC의 경우 68%가 촛불시위대에 유리한 제목을 달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정부 측 입장을 전한 제목은 KBS 15%, MBC 16%로 비중이 낮았다. 이 기간 KBS 9시 뉴스는 전체 뉴스의 27%, MBC는 25%를 광우병 및 촛불 시위 관련 보도로 채웠다. 이는 하루 평균 6~7건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촛불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다루면서 뉴스 제목은 '비폭력 지켰다'로 달아 촛불 시위대의 불법적 모습을 축소하는가 하면, 경찰 진압에 대해서는 '군홧발 비난 확산'이라는 제목을 붙여 정부에 대한 반감을 높인 사례도 있었다. MBC는 '미국 쇠고기 안 먹을 방법 없다' 등 시위대 홍보물에 나올 법한 문구로 제목을 달았고, KBS는 정부 대책에 대해 '해명도 오락가락' '고시 연기는 눈속임' 같은 부정적인 제목을 달았다고 공정언론시민연대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경찰이 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시도를 막기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는 '불통의 장벽'이라고 꼬집으면서도, 촛불 시위대의 도로 점거로 인한 혼잡과 시민들이 겪는 불편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언론시민연대는 "두 가지 입장을 소개하는 뉴스라고 하더라도 어떤 제목을 달았느냐에 따라 시청자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며 "뉴스 분량이나 촛불 세력을 옹호하는 제목 등 여러가지 편파 보도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앵커 멘트까지 한쪽으로 치우쳐

보고서가 KBS와 MBC의 9시 뉴스에 등장한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MBC 뉴스데스크는 전체 852건의 인터뷰 중 545건(64%)이 촛불 시위 세력에 유리한 인터뷰였고, KBS 9시 뉴스는 783건 중 346건(44.2%)이 촛불 시위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정부 측을 대변하는 인터뷰는 KBS가 207건(26.4%)으로 이의 절반 수준이었고, MBC는 221건(25.9%)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립적 입장에서 뉴스 내용을 요약·소개해야 할 앵커의 발언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KBS의 경우, "내줄 대로 내준 뒤 말로만 강화조치"라거나, "미국 당국자의 설명은 어딘지 궁색해 보인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촛불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 앵커 주관이 개입된 발언이 많았다. MBC도 앵커가 "심재철 의원이 아주 황당한 얘기를 했습니다" "형식은 그럴 듯했지만, 질문만 날카롭고 답변은 그냥 그랬습니다"(국무총리와 대학생들의 시국 토론을 소개하면서) 등 일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보고서가 편파적인 앵커 멘트로 지적한 것은 모두 54건(KBS 30건·MBC 24건)으로 집계됐다.

공정언론시민연대는 ▲공영방송 모니터링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한 언론의 공정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며,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와 성병욱 세종대 석좌교수, 이재교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는다.

김우룡 교수는 "단순한 방송 감시 활동을 넘어 지난 10년간 잘못된 길로 갔던 방송 미디어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