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와 사회지도층 비리를 적발하기 위한 정부 합동수사팀이 오는 11월 대검찰청에 설치된다. 공직자와 기업인의 뇌물죄에 대해선 징역형 외에 벌금을 뇌물액의 최대 5배까지 함께 물릴 수 있도록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개정하겠다고도 한다.

지금 KTF 사장이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납품업체로부터 24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사건이 온 국민의 화제가 되고 있다. 부인·처남·누이 등 전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범죄형 뇌물사건이다. 부인은 뇌물로 받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일을 맡고 처남들은 납품업체를 찾아가 손을 벌리고 누이는 납품업체에서 아예 생활비를 받아 썼다. 회사 안팎에서 인격자라는 소리를 들어온 사람이 벌인 일이다. 국민들은 이번 일로 진짜 가슴에 벼락을 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점잖은 체하던 사회 상층부가 다 그렇게 비슷하게 썩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국세청장이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에게 상납을 받으면서 직원 조회 때마다 청렴을 강조했다는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건들이 쌓여 법제연구원 조사에서 국민 34.3%가 "법대로 살면 손해 본다"고 답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3일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대한민국은 1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40위를 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이 7.11점이다. 20위권 국가에 유럽 13개국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홍콩 미국 일본이 포함됐다.

CPI 지수는 외국 기업인과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해당 국가의 부패수준이다. 외국 기업이 KTF 사장이나 부하한테 뇌물을 받는 국세청장과 만나 상담을 벌이거나 교섭을 해왔다고 생각하면 우리 CPI 지수가 그런 수준인 게 당연하달 수밖에 없다. CPI 지수는 그 나라 국가브랜드와 대외 신인도(信認度)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자본이다.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GDP의 37%인 3510억 달러로 세계 32위에 머물고 있다(브랜드 조사기관 안홀트 조사). 외국자본 직접투자 잠재력 순위는 세계 17위이지만 실적은 47위밖에 안 된다(유엔 무역개발회의 조사). 여기엔 전투적 노조 같은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사회 부정부패 수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노조는 회사가 국제 경쟁에서 밀려나더라도 임금 인상에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고위 관리와 최고 경영인은 뇌물로 자기 배나 채우고 있다면 그 나라 장래는 보나마나다.

뇌물은 비리가 성사되면 준 쪽과 받은 쪽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이어서 여간해선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뇌물 비리는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반드시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없애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