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군의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대제(大帝)'와 구축함 '차바넨코' 등 전함(戰艦)이 베네수엘라와의 군사훈련을 위해 22일 북극해 세베로모르스크 기지를 출발했다.
러시아 해군 함정이 카리브해로 출발한 것은 냉전종식 이후 처음이다. 이런 상징적 의미 외에 러시아가 동원한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이지스함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표트르대제함은 세계 최대의 순양함으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300여기의 미사일을 탑재한다. 러시아는 지난 10일 장거리 전략폭격기 Tu(투폴레프)-160 두 대를 베네수엘라에 파견했다.
당장 표트르대제함과 Tu-160 폭격기가 베네수엘라 함정 및 전투기들과 카리브해를 휘젓게 되면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러시아 언론들은 23일 예상했다.
러시아는 쿠바와 니카라과 등 카리브 해상의 반미국가들과 동맹관계의 복원을 시도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Putin) 총리의 오른팔 격인 이고리 세친(Sechin) 부총리를 지난주 이 국가들에 파견해 쿠바에는 우주기지 건설을, 니카라과에는 허리케인에 따른 피해복구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22일자에서 "베네수엘라·쿠바·니카라과가 중남미에서 친러시아 3대 동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미국의 텃밭인 중남미에 진출하는 것은 미국이 '먼로주의(Monroe Doctrine·자국 세력권에 대한 외국의 간섭 불용 원칙)'를 깬 데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먼저 러시아의 앞마당인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하고 그루지야에 군사력을 파견함으로써 러시아의 세력권을 침범했다는 것. 미하일 마르겔로프(Margelov) 러시아 하원의원은 "미·러 양국이 그루지야와 베네수엘라에 진출함으로써 먼로주의는 이제 끝난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