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와 아파트 건설 시행사가 4년 넘게 700억원대에 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원인은 2004년에 완공된 소사구 범박동 현대홈타운 아파트단지 일대에 개설된 도로(범박로·회주로)와 상하수도 건설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건설 시행사는 도로와 상하수도는 기반시설이고 부천시가 땅의 용도변경 및 추가사업 승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부천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04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에서는 건설 시행사가, 올 8월의 2심에서는 부천시가 승소했다. 최근 건설 시행사가 상고해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왜 소송이 발생했나

건설 시행사인 컨스포건설은 1999~2004년에 범박동 옛 신앙촌 지역의 30만여㎡ 땅에 현대홈타운 아파트 6개 단지(5500여세대)를 건립해 분양했다. 현대홈타운을 건립하면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범박로(폭 25m, 길이 876m)와 단지 일대 주변도로인 회주로를 건설했다. 컨스포측의 주장에 따르면 도로와 상하수도를 회사가 건설하는 대신 부천시가 주거지역인 일부 땅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주고 추가 아파트 사업을 승인해주기로 시 고위직 인사가 구두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천시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2004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컨스포건설은 토지매입비와 건설비용 372억원 외에 시가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 연 20%의 이자까지 계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2008년 8월 현재까지 소송금액은 680여억원에 달하며 연말까지는 7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는 민간사업자가 분양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고 이에 필요한 도로와 상하수도 건설은 옛 도시계획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옛 도시계획법에 따르면 도로와 상하수도는 이 시설이 필요한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또 용도변경 및 추가사업 승인에 대해 구두 약속을 해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천시와 아파트 건설 시행사가 건설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소사구 범박동 현대홈타운 아파트단지 일대에 개설된 도로.

엇갈린 법원 판결

1심인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2007년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법과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르면 범박로·회주로 등 도로와 상하수도는 기반시설이기 때문에 시행사와 부천시의 약속 등에 상관없이 지방자치단체인 부천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심에서 패소를 하자 부천시는 소송 대리인(변호사)을 교체하고 별도의 전담 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08년 8월 부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옛 도시계획법 규정에 따라 건설 시행사가 도로와 상하수도를 건설하기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용도 변경·추가사업 승인 논란에 대해 구두 약속 자체가 불분명할 뿐더러, 설사 구두 약속이 있었다고 해도 땅의 용도변경이나 아파트 추가 사업 승인에 대한 권한이 분명하지 않는 공무원과의 구두 약속은 법적인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시행사측은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최종 판결은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앞으로 상고 이유서 제출과 반대 답변, 변론 등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측의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부천시의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광장이 맡고 있다. 두 법무법인 모두 덩치 큰 유명 법무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