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둔덕동에 있는 시내버스 업체 여수여객㈜ 차고지. 조홍복 기자

지난 18일 오후 전남 여수시 둔덕동 여수여객㈜ 시내버스 차고지. 그늘진 야외 벤치에 앉은 운전기사 3명이 연신 하품을 하면서 잠시나마 피곤을 달래고 있었다. 이들 중 둔덕동~터미널~백야도를 오가는 28번 시내버스 이모(48) 기사는 하루 평균 18시간을 일한다. 3시간 걸리는 왕복 90㎞ 거리를 무려 5차례 반복해야 한다. 지금은 2회 왕복을 끝낸 뒤 20분간 쉬는 시간. 격일제로 일하지만, 실상 하루 8시간 근무보다 노동강도는 훨씬 강하다.

이 씨는 "이렇게 일해도 한 달에 150만 원밖에 손에 못 쥔다"며 "준공영제를 조속히 시행해 '1일 2교대' 근무와 '임금 인상'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말 준공영제 시행"

여수지역 355명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는 이씨처럼 준공영제 시행을 바라고 있다. 준공영제로 여수시가 버스 회사의 적자분을 집중 지원하면 '1일 2교대' 근무가 가능하고, 급여 수준이 지금보다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 여수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지난 2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여수시에 '으름장'을 놓은 것도, '준공영제 시행'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시는 이들 요구를 수용, 당초 2012년보다 3년 앞당긴 2009년 12월 말 준공영제 시행을 목표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준공영제 도입은 막대한 예산 지원이 뒤따라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재 준공영제 대상 시내버스 업체는 오동운수, 동양교통, 여수여객 등 3곳. 58개 노선에 179대가 하루 평균 1309회를 운행 중이다. 여수 인구 29만 중 시내버스 이용 대상은 하루 평균 8만 명 수준. 이 중 3만 명 가량이 실제 매일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10명 가운데 1명은 시내버스가 없으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얘기다.

여수시 교통행정과 김정길 담당은 "막대한 예산을 감수하면서까지 준공영제 시행에 나서는 이유는 대중 교통의 서비스 향상에 있다"고 말했다.

시는 버스업체의 인력 구조조정, 버스 감차 등을 감안해도 준공영제 시행 초기 56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2012년까지 233억 원에 달한 전망이다. 여기에 시는 현행법에 따라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가보조금, 재정지원금, 벽지손실지원금 등 151억 원을 버스회사의 적자 손실분으로 별도 지원했다.

'조속 시행' VS '혈세 낭비'

이와 관련, 여수 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송윤섭 사무국장은 "지난 2005년 6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올 7월 시행하기로 한 준공영제가 오히려 후퇴했다"며 "내년에는 꼭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버스업체가 스스로 부채청산, 퇴직금·각종 충당금 지급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선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김태성 여수시민협 사무국장은 "여수 시내버스 3사는 부채 100억 원을 지고 있는데, 여기에 무턱대고 예산을 쏟아 부으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며 "토론회·공청회·주민투표 등 시민적 합의 이후 준공영제를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는 이런 논란 속에 버스정보관리통합 시스템·경영관리 시스템 도입 등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여수가 경남 마산에 이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두 번째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연착륙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준공영제는


전기, 철도, 수도와 같이 시내버스 운행도 공익사업으로 보고, 지자체가 인건비를 중심으로 민간 버스회사의 운영 적자 손실을 보상해 주는 제도. 서울·부산·광주·대구·마산 등 대도시에서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