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랭킹 5위인 구기 종목은 흔치 않습니다. 하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한 때입니다."

2004년부터 남자 하키 대표팀을 지도해 온 조성준 감독이 16일 "대표팀 감독 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 남자 하키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6 하키월드컵 4강, 2007 챔피언스트로피대회 4강 등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대표팀은 베이징올림픽에서 6위에 머물러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조 감독은 "올림픽 성적도 그렇지만 최근 터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하키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지난 8일 경남지방경찰청이 "하키 장비 구매 과정에서 대금 횡령과 금품 수수의 비리를 저지른 102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고, 16일엔 협회 사무국장과 납품업체 사장 등 2명이 구속됐다. 중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남녀 하키팀이 총 83개에 불과한 한국에서 100명 가까운 하키 지도자가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조 감독도 2006년 중학생 선수들에게 물품을 지원하면서 쓴 360여 만원이 문제가 돼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이유 불문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이번 일로 하키계 전체가 비리 집단처럼 비춰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국내에 하나뿐인 하키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후배들이 안쓰러웠고, 현장 지도자들은 사심 없는 용돈으로 생각하며 선수들을 위한 간식비나 운영비로 썼다는 설명이었다. 이 업체 사장은 지난달에도 경남의 모 실업팀 감독과 함께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법원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면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조 감독은 "원래 돈이 펑펑 쏟아지는 종목도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한국 하키가 뿌리까지 흔들릴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도자들은 의욕을 잃었고, 선수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학부모들 입장에선 누가 하키를 시키려고 하겠냐"고 했다. 한 일선 지도자는 "애초 비인기 종목인 하키에 애정을 가진 게 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