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과 함께 활동했던 한국 화단의 거장들이 양구에 모였다. 양구 출신 국민화가 박수근과 영감을 나눴던 작가들의 전시회인 '동행, 주호회와 박수근전'이 계기다. 내달 16일까지 박수근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주호회는 1940년 박수근이 평양에 머물며 도청 서기로 일할 때 함께 활동했던 작가들이 뭉친 동호회. 장리석, 최영림, 황유엽, 박영선, 윤중식, 이중섭, 박고석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침묵속의 평양 10여년
현대사의 질곡은 그 시대 모든 사람에게 깊은 무늬를 새겼다. 박수근 역시 일제시대와 분단과 전쟁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전란 중 월남하기까지 박수근의 삶은 양구와 춘천, 그리고 평양과 금성에서의 활동으로 정리된다.
평안도청에 일자리를 얻어 평양으로 가게 되면서 그룹 활동을 시작한 것이 주호회였다. '주호'는 선전(조선미술전람회)에 판화로 입상한 최지원의 호(號)다. 요절한 그를 추념하며 모인 것이 박수근을 비롯한 당시 평양의 작가들이다.
북한 지역에서 박수근의 10여년 활동은 침묵 속에 묻혀있다. 선전 도록에 있는 자료가 고작이다. 그림 항아리가 DMZ에 묻혀있다는 설도 있다. 1940년부터 1944년까지 5회에 걸친 주호회 활동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중요한 일이다.
◆오늘 시점에서 역사를 쓰다
이번 전시는 평양 '동행 작가들'을 현대미술의 대가가 된 현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 '그늘의 노인'으로 1958년 국전을 통해 화려하게 부상한 장리석, 흙벽과 같은 질감으로 설화나 전설 민담을 둥근 얼굴로 그리는 최영림, 토속적인 소재와 투박하고 진솔한 필법으로 강한 표현을 보여주는 황유엽. 그들의 대표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의 경우 박수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화, 수채화, 드로잉, 판화, 동화책과 같은 다양한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주호회의 충실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모든 역사는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신념에서다. 언제든 다시 써야 할 역사라면 오늘의 시점으로 그들을 보는 것 또한 중요한 역사적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박물관측은 본다.
최형순 학예실장은 "주호회 작가들의 작품은 망향의 정서와 분단과 전쟁의 질곡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