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 동안 여야 정치인들은 지역구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경제 살린다더니 다 죽을 지경" "야당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욕만 잔뜩 먹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야당에게서도 희망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에 대해 체념하고 있는 민심을 여야 의원들에게 들어봤다.
◆"이러려고 대통령 뽑았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역 다니기가 창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한나라당 구상찬(서울 강서갑) 의원은 "경제 살린다고 대통령 뽑아 줬더니, 촛불집회만 늘렸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경기(景氣)가 다 죽었으니 책임지라는 채소가게 할머니 말에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김영우(경기 포천·연천) 의원은 "욕을 너무 많이 먹었다. 경제 살리라는 데 제대로 한 게 없다는 게 대다수였고, 대통령이 힘이 없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재선 의원은 "경제 하나 믿고 뽑은 대통령이 오히려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망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귀가 따가웠다"고 말했다.
"말로만 서민들 살린다면서 추경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게 무슨 다수당이냐"(정태근·서울·성북갑), "말만 있고, 성과가 없다. 성과가 있어야 평가라도 할 것 아니냐는 데 할 말이 없었다"(권택기·서울 광진갑)…. 진수희(서울 성동갑) 의원은 "이것 저것 눈치보지 말고 이명박 정부가 하려고 했던 것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부는 희망도 갖고 있었다. 3선인 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갑) 의원은 "지난 10년간 망쳐놓은 경제 때문에 지금은 고전하지만, 내년 중반까지만 참아달라는 말에 수긍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야당은 잘한 게 뭐 있다고"
야당 의원들은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면서도 야당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장세환(전북 전주 완산을) 의원은 "70%는 여당 욕을 하면서도 30%는 민주당을 비판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윤근(전남 광양) 의원은 "경제 살린다던 대통령이 더 망쳤다는 얘기가 주류였고, 역시 (이 정부가) 부자들 앞잡이 아니냐는 의견이더라"면서 "야당이 흐물흐물하지 말고 제대로 싸워 정부가 꼼짝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국민들이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 상대적 박탈감, '강부자' 인사, 언론장악 음모 등에 삐쳐 있고, 뭔지 모를 불안감에 쌓여있는 게 추석 민심의 실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제발 싸우지 말고 잘하라"(이시종·충북 충주), "(민주당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더라"(최철국·경남 김해을)는 이야기도 있었다.
충청권에서는 홀대론도 심심찮게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 박상돈(충남 천안을) 의원은 "행정복합 도시 규모 축소와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 등으로 인해 충청도 푸대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