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포함해 사흘뿐인 올해의 추석. 하지만 극장 상차림은 푸짐하다. 예년 명절처럼 모두의 눈을 집중시키는 대작은 없지만, 풍성하고 아기자기한 메뉴로 다양한 취향의 추석 관객을 유혹하고 있는 것. 영화의 품질에 관해서라면 늘 한결같은 '엄격한'군과 명절이면 더욱 너그러워진다는 '관대해'양이 이번 추석 상영작 7편을 갑론을박했다.
■20세기 소년 ★★|SF|12세|쓰쓰미 유키히코 연출|가라사와 토시아키 주연
●엄격한: 실망, 실망, 대 실망이야. 이건 원작만화에 대한 훼손일 뿐더러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모독이라고. 아예 만화랑 판박이더구먼. 이럴 거면 뭐 하러 영화로 만들었나?
●관대해: 너무 심한 표현 아니야? 모든 영화가 감독의 자의식이 드러날 필요는 없잖아. 종이 위에서 받았던 감동을 스크린에서 확인하고 싶은 욕망도 있는 거라고. 그리고 3부작의 겨우 1부만 나온 거잖아. 좀 기다려 봐.
■영화는 영화다 ★★★★|액션|18세|장훈 연출|소지섭·강지환 주연
●엄격한: 직선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힘은 강력하더군. 하지만 감독이 신인이라 그런지 좀 들쑥날쑥, 리듬이 불규칙해. 소지섭은 남자가 봐도 멋은 있더라. 그런데, 그 친구는 우울한 캐릭터 말고는 다른 연기가 불가능한가 보지? 아예 입신의 경지야, 입신(入神).
●관대해: 억지로 흠 좀 잡으려고 하지마. 새로운 영화는 칭찬할 줄도 좀 알고. 새로우니까 신인이잖아. 난 이 영화 보면서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어. '조폭영화'라는 장르 욕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울 학교 이티 ★★☆|코미디|15세|박광춘 연출|김수로·이한위 주연
●관대해: 추석에는 솔직히 휴먼 코미디를 보고 싶지 않아? 여기에 딱 들어맞는 영화는 이 작품밖에 없더라구. 김수로의 개인기도 여전히 탁월해. 낄낄거리고 웃다가 마지막에는 코 끝이 찡~했어요.
●엄격한: 관대해, 너무 관대해. 난 추석이나 설날 때면 관객들이 휴먼 코미디를 너무 너그러운 눈높이로 봐주는 것 같아. 형편없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새로울 것도 하나 없잖아.
■방콕 데인저러스 ★★☆|스릴러|15세|옥사이드 팽·대니 팽 연출|니컬라스 케이지 주연
●관대해: 난 대중영화의 경우 배우를 먼저 보는 편이야. 니컬라스 케이지에 대한 신뢰도 있고. 작가주의 영화에 나올 때나, 이렇게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에 나올 때나 실망을 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엄격한: 카메라만 잘 흔든다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인가? 이 영화의 약점은 같은 장르 내에서도 평균을 밑돈다는 거야. 오토바이 위에서건 물 위에서건 이 태국 감독은 욕심만 앞서는 것 같아. 그리고 니컬라스 케이지도 이제는 '록키'를 닮아가더구먼. 천하무적이야.
■신기전 ★★★|액션|15세|김유진 연출|정재영·한은정 주연
●관대해: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한국 영화를 봤어. 난 조선이 세계 최초로 다연장 로켓을 개발했는지 몰랐다고. 그리고 액션, 멜로, 코미디가 골고루라 오락영화로서 만족이야.
●엄격한: 5년 전이라면 대만족이었겠지. 그런데 이제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어요. 2%씩 부족이야. 그리고 이런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영화는 자칫 위험할 수 있어요. 그것 자체도 하나의 마케팅 방식이라는 의심이 들고.
■맘마미아 ★★★☆|뮤지컬|12세|필리디아 로이드 연출|메릴 스트립·피어스 브로스넌 주연
●엄격한: 너무 안일해. '20세기 소년'도 그랬지만, 감독이 욕심이라고는 아예 없어요. 원작 뮤지컬의 충실한 재현이 거의 지상과제인 것 같더라고.
●관대해: 엄격한 것도 그 정도면 병이야. 난 이 영화 보면서 2시간 내내 신명이 났어. 판타지가 현실 도피라고 욕들 하지만, 현실 도피 제대로 해 주는 영화가 많은 줄 알아? 메릴 스트립의 '맘마미아!' 노래 들으면서, 나도 어머나 소리가 절로 나더라고.
■지구 ★★★|다큐멘터리|전체|알래스테어 포더길 연출|장동건 내레이션
●엄격한: 완전히 극장에서 보는 '동물의 왕국'이야. 북극곰, 칼라하리 사막의 코끼리떼, 혹등고래, 완전히 총출동이더라고. 그런데 TV에서도 볼 수 있는 걸 꼭 극장에서 봐야 하나?
●관대해: 너처럼 냉소적인 친구들 때문에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우리 주변의 환경에 애정과 관심을 가질 때라고. 더구나 추석. 가족 모두 함께 배울 수 있는 영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