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에서 4년째 해마다 300권이 넘는 책을 빌려다 읽는 '책벌레 부부'가 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판영식(64)·장미선(59)씨 부부이다.

판씨 부부는 2주일에 한번씩 인천중앙도서관을 찾아가 10권이 넘는 책을 빌려 읽는다. 주로 시집과 소설·산문·역사물 등이다. 도서관을 고정적으로 이용한 덕분에 도서관의 특별회원이 된 부부는 일반인보다 더 많은 책을 빌릴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 주에는 역사소설인 '강희대제'와 대중소설 '바람의 아들' '도시의 강', 시집인 '적벽부'와 '저승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등을 빌려와 읽고 있다. 남편 판씨는 주로 소설을, 아내 장씨는 시집을 읽는다.

장씨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도서관우수이용자로 선정돼 이달 하순에 도서관으로부터 상을 받는다. 남편 판씨는 지난해 상을 받았다.

판영식·장미선씨 부부가 남동구 구월동 집에서 독서에 얽힌 얘기를 하며 웃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회사 경비 일을 하는 판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무협지와 대중소설뿐 아니라 '삼국지', '신곡', '파우스트' 등 고전들도 읽었다. '삼국지'만 3번을 정독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읽은 책이 2000~3000권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씨는 어른이 돼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고 했다. 밤에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틈틈이 이용하고 쉬는 날에는 집에서 온종일 책을 읽는다. 아내 장씨는 "남편은 손에 책을 달고 산다"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갈 때 책을 들고 가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판씨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실제 생활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인생의 폭이 그만큼 넓고 풍부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읽을 때면 내가 작품 속의 주인공이 되죠. 나같으면 이런 결정을 안 내렸을텐데 작가는 왜 이렇게 썼을까 생각하면서 읽어요. 그러다 보면 소설 한 권을 3~4시간만에 읽어 치우죠."

책값이 만만치 않아 사서 보기보다는 주로 동네 대여점을 이용했으며 4년 전부터 인천시립도서관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 장씨는 신혼 초에는 남편의 지나친 독서열 때문에 싸움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서는 하루종일 기다린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책만 펴 들고 있으니 화가 안날 수가 있겠어요. '책하고 결혼했느냐'며 남편에게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요."

그러나 부창부수인지 독서광 남편 덕에 장씨도 4년 전부터 책 읽는 습관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장씨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시를 읽는 것이 최고"라면서 "아직도 성격이 급해서 소설은 뒷부분의 결론을 미리 보고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나름대로의 독서법을 말했다.

부부는 도서관에서 종교 서적과 신간 시집을 조금 빨리 확보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나타냈다.

판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뭐니뭐니해도 다양한 인간상들이 소개돼 있어 살아가면서 인간 관계를 맺는 데 참고가 되는 삼국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