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5일 낸 보도자료에서 "안보와 범죄수사 사각지대를 없애고 국민의 통신자유를 보호하는 효과를 높이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국외 정보와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 등으로 제한돼 있는 직무범위도 산업기술, 경제, 환경, 에너지 등 신(新)안보 분야까지로 넓힐 수 있도록 법 개정 필요성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은 휴대전화를 감청(監聽)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국정원은 "2002년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폐기한 이후 간첩 수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휴대전화를 감청하더라도 도청(盜聽)을 할 수 없도록 이동통신회사가 장비를 관리하게 하고 법원 허가요건을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4800만 국민이 5월 말 현재 지닌 휴대전화가 4474만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감청 없이 범죄 수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그간 스스로 도청·감청과 관련해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을 해왔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2002년 한나라당이 도청기록을 제시했을 때나 전 국민이 도청 공포 속에서 전화 걸기를 겁낼 때도 국정원은 줄곧 도청 사실을 잡아뗐다. 국정원은 2005년 이른바 'X파일'이 드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비로소 도청을 시인했고 도청을 방조했던 전직 국정원장 2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랬던 국정원이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할 테니 휴대전화 감청을 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순수하게 보일 리 없다.
국정원은 업무영역 확대가 실제 하고 있는 일을 명확히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최근인 2006년에도 '부패척결 태스크포스'라는 것을 만들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뒷조사를 했다.
요즘 같은 경제전쟁시대에 경제정보의 수집·분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정원이 흘러다니는 경제 관련 루머나 비리를 수집하는 선을 넘어 전문적인 경제정보전(戰)을 수행할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느냐는 점부터 의문스럽다.
국정원에 대(對)테러센터를 두는 테러방지법 제정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은 군, 경찰, 국정원으로 분산된 테러 업무를 집중시켜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도 논의했던 테러방지법은 그러나 테러 예방과 대응을 명분으로 민간인 사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불렀다. 국정원은 그것이 과연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국정원은 여론을 수렴해 관련 법안을 만들어 정기국회에 내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안 마련과 국회 심의과정에서 국정원의 영역 확대가 법적 감시와 관리, 통제 아래 이뤄질 수 있도록 면밀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국민의 도청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감청은 철저히 제한돼야 한다.